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검열…

'뉴미디어전담 심의팀' 신설은 또 한번의 독단적인 정책

2011년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은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때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백성 중의 한 사람이 종을 짊어지고 도망가려고 했다고 한다. 그러나 종이 너무 커서 짊어지고 갈 수 없자 할 수 없이 깨서 운반하려고 망치로 내려치다보니 큰 종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었고, 그 백성은 다른 사람이 이 종소리를 듣고 와서 종을 빼앗아 갈까봐 두려워 급기야 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깼다고 하는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일화란다.

올 한해 4대강 사업, 역사교과서 수정 논쟁, 연이은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의혹,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한미 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통과  등 수많은 사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항상 일이 터질 때마다 아전인수로 억지스런 주장을 늘어놓거나, 자화자찬으로 미화시키거나 정당화시킨 내용만을 발표하면서  민심의 향배에는 전혀 관심도 기울이지 않으니 국민과는 소통할 의지도 없을 뿐 아니라 그럴 능력도 전혀 없는 것처럼 보여 결국 '엄이도종(掩耳盜鐘)'하는 한 해가 되어버리고 만 것이다.

이렇게 일 년 내내 단지 자신의 귀를 막음으로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로 인한 두려움을 해결하려 들던 정부가 이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국민의 귀를 막아보겠다고 나선 것 같다.

모욕적이고 비도덕적 콘텐츠나 개인정보유출 방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검열하고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8명으로 이루어진 '뉴미디어전담 심의팀'을 신설함으로서 또 한번의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통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면서까지 인터넷 상의 소통과 표현에 재갈을 물릴 수 있는 규제를 시작하였다.

'뉴욕타임즈'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들이 잇따라 이런 국내 방심위의 SNS 규제 방침을 우려스런 시각으로 소개했고,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최근 헤이그에서 열린 '디지털 자유'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인터넷 여론탄압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시리아, 이란, 중국, 러시아 등과 함께 최근 민주 국가들 가운데도 최근 인터넷 여론을 억압하는 국가로 인도와 한국을 대표적 사례로 지적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내외적인 조롱거리로 전락하여 국제적 망신까지 자초하는 우리 정부의 SNS규제는, 온라인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것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매우 크며 기본적인 자유와 인권을 위협하는 일일 수 있다. 또한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까지 막는 것으로, 이로 인해 자유로운 생각이 가로 막히고 다양한 정보가 삭제되며 대화가 억압될 수 있어 사람들은 폭 좁은 선택만을 강요당할 수 있다. 즉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짓밟는 사실상의 여론 검열로 이어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하겠다.

"내가 해봐서 다 아는데…"식의 독단에서 비롯된 불통의 문제를 자신의 귀만을 막음으로 해결하려 하거나, 내 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선거에서의 투표 독려 같은 행위를 선택적으로 불법으로 몰고 가면서까지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재갈을 물리며 소통의 돗자리를 걷어내려 하는 이 불편한 진실은 과연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외부의 물리적인 소리야 귀를 막으면 해결되겠지만, 내면으로부터 생겨나는 마음의 소리는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