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문화원이 올해 처음으로 운영한 '커피콩 볶는 실버바리스타' 수강생들.

원주 곳곳에 커피숍이 참 많다. 시내는 말할 것도 없고, 아파트나 주택가 인근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외딴 시골마을에도 입소문을 탄 커피숍들이 즐비하다. 원주에서 운영 중인 커피숍은 120곳이 넘는다. 그만큼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많고, 또 커피 문화가 발달해 있다는 증거.

최근 지역 노인들이 커피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와 찾아갔다. 원주문화원이 운영한 '커피콩 볶는 실버바리스타' 교육 수강생들이 그 주인공. 커피숍에서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커피를 즐기는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 하지만 '커피콩 볶는 실버바리스타' 교육을 통해 그러한 편견이 바뀌었다.

원주문화원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지방문화원 어르신 문화학교' 교육과정으로 지난 6월 17일부터 12월 2일까지 '커피콩 볶는 실버바리스타'를 운영, 60대 실버세대 수강생들로부터 매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상지영서대 조리음료바리스타과 허경택 교수가 매주 금요일 대학 강의실에서 30명의 수강생을 대상으로 3시간씩 수준 높은 강의를 진행했다. 수강생들은 평상시에 좀처럼 접하기 힘들었던 커피문화를 현장에서 즐길 수 있었다. 커피의 원료, 가공 및 생산과정, 종류 등에 관한 이론교육은 물론이고, 커피머신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 다양한 커피를 만들어봤다.

18주 강의를 이수한 '실버바리스타'들은 지난 2일 문화학교 수료식장에서 번듯한 바리스타로 변신했다. 수강생들은 이날 일일찻집을 열고 손님들에게 맛좋은 커피를 대접해 인기를 끌었다. 이 가운데 4명의 수강생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고자 필기시험에 도전해 2명이 합격했다. 일반 대학생 응시자의 합격률이 80% 정도라고 하니 나쁜 성적은 아니다. 또 이 강의를 계기로 창업 의지를 보인 수강생도 있었다.

허경택 교수는 "강의를 진행하는 동안 결석자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열의가 매우 높았고, 1시간 전 미리와 교육을 기다리는 분들도 많았다"면서 "어르신들에게 젊은세대의 문화로 여겨지던 커피문화를 알릴 수 있어 매우 뜻깊었다"고 말했다.

서현표(65) 반장은 "바리스타 교육을 실시한다고 했을때 반신반의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커피문화를 즐길 줄 알고 또 사랑하는 사람들로 바뀌었다"며 "앞으로 수강생들과 함께 커피를 나눠주는 봉사활동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순일 문화원장은 "지난 2008년부터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전통떡만들기, 연만들기, 비누만들기 등 다양한 교육을 운영했는데 이번 교육은 유독 호응이 높았다"면서 "이런 교육은 우리사회가 갈수록 고령화되는 상황에서 노인들의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동에 기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함으로서 노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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