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업분야 지식서비스 전국 최우수기업 이끌어

지난 20일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 들른 원주버섯영농조합법인 조영희(54) 대표는 원주시농업기술센터 직원들의 축하인사를 받느라 한동안 자리에 앉지를 못했다. 하루 전인 지난 19일 조 대표가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여기저기서 축하인사를 건넸던 것.

조 대표는 미래지식경영원이 주관하고, 중소기업청 산하 창업진흥원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후원한 '2011년 지식서비스 최우수 기업' 시상식에서 농업산업분야 지식서비스 최우수 기업에 선정돼 상패와 메달을 받았다. 이 상은 지식정보의 공유와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 생산력 향상 및 국가경제 활성화에 기여한 개인 및 기업을 선정해 시상하는 상이다.

평범한 농부의 아내로 살다 이 상을 받기까지 조 대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남편 유동활(60) 씨와 신림면 성남리에서 치악산큰송이버섯과 느타리버섯을 재배하며 살던 시기가 평범한 농부의 아내였던 시기이다. 농협 하나로마트에 판매대를 확보하고, 판매원을 고용했을 정도로 잘나가던 시기였다. 그러나 2002년 남편이 췌장암에 걸리며 버섯농사를 포기했을 뿐만 아니라 집과 땅을 모두 팔아 병원비로 쏟아붓고 법원에 파산신고를 해야 했다.

다행히 남편은 병을 극복했지만 먹고 살 길이 막막했다. 그래서 주목한 게 남편이 농사짓던 치악산큰송이버섯이었다. 원주 특산품인데다 상품성이 우수하고 가격 경쟁력도 갖췄지만 판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점에 주목해 치악산큰송이버섯 유통업을 시작한 것.

당시 치악산큰송이버섯을 재배하던 8농가를 규합해 원주버섯영농조합법인을 설립했다. 8농가에서 공급하는 치악산큰송이버섯의 유통을 조 대표가 책임지기로 하고,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던 것이다. 우선 시작한 게 생산시기를 조정하는 일이었다. 농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중 균일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했다.

또한 원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민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실시하는 정보화 교육을 신청했다. 혼자 힘으로 판로를 개척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사이버 상거래를 기획한 것. 성남·양재 하나로마트와 홍천 대명콘도 등에 판로를 뚫긴 했지만 수수료가 과다하게 지출되고, 운영비가 만만치 않았던 것도 사이버 상거래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정보화 교육을 받은 뒤에는 농업기술원에서 운영하는 1년 과정의 베스트 마케팅 최고 경영자과정을 이수했다. 이듬해에는 농업기술원의 전문강사 양성과정도 밟는 등 교육열을 불태웠다. 또한 (사)한국사이버농업인연합회 강원도지회 결성에도 앞장서 현재 강원도지회장을 맡고 있으며, 농촌진흥청이 조직한 (사)한국농식품여성CEO 교육단의 교육단장을 맡기에 이르렀다. (사)한국농식품여성CEO는 전국의 여성 농업인 및 여성 농축산물 유통업체 대표의 모임으로 준회원까지 약 240명이 활동하고 있다. 조 대표가 이들의 교육을 담당할 정도로 역량을 키운 것이다.

남편의 투병생활로 파산선고를 했음에도 꿋꿋이 일어설 수 있었던 데는 신림면 가나안농군학교에서 몸으로 체득한 불굴의 의지가 큰 도움이 됐다. 조 대표는 남편이 버섯농사를 할 당시 가나안농군학교에서 7년간 직원으로 재직했었다. 이때 몸에 밴 자립·자조정신이 무너지려는 자신을 스스로 채찍질하는 동기가 됐다고 한다.

조 대표는 다국적간 FTA 체결로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의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길은 농업과 IT기술간 결합이라고 말한다. IT기술을 농업경영에 접목해 책임있는 농업경영을 실천하고, 사이버 거래를 통해 유통혁명을 만들어 간다면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는 밝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자상거래를 하지 않더라도 온라인을 이용해 농업교육을 받고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사이버농업인육성법 제정에도 앞장섰다. 조 대표는 "백지상태에서 접한 정보화교육이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면서 "저와 같은 농민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작년 원주시 농업인의 날 행사 때 농업정보분야 우수농업인에 선정돼 우수농업인상을 받았으며, 올해에도 강원도지사 표창과 원주시장 표창을 받는 등 농업정보분야에서 으뜸 농업인으로 손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