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에는 농업, 농촌과 관련한 기사가 7건이나 실렸다. 농업관련 예산, 농촌마을 지원사업, 축산농가의 어려움 등에 관한 것 들이다. 원주농업과 농촌 문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농촌 발전방안을 고민하는데도 참고할만한 내용이다.

농업과 관련한 문제는 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할 부분이 훨씬 많다. 특히 한미FTA 체결로 예상되는 문제들은 국가 차원에서 해결해야하는 사안이다. 그렇다고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은 아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하기에 따라서는 타 도시보다 훨씬 풍족한 농촌을 만들 수 있다. 원주에서도 그러한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문제는 너무 더디다는 것이다. 정부수립 이후 엄청난 돈을 농촌에 투입했지만 아직도 어려운 현실이고 보면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때문에 서둘러서 될 일은 아니겠지만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소리는 더이상 듣지 말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호 3면에 게재한 황둔·송계정보화마을 이야기는 농촌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고민하는데 도움이 되는 좋은 사례이다. 황둔·송계정보화마을을 조성 당시부터 10년간 이끌어 온 김광수 위원장에 따르면 황둔·송계 마을은 정보와마을 선정이후 가구당 소득이 10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또한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은 우리 마을을 두고 하는 말이라고도 했다. 황둔·송계마을이 이처럼 달라질 수 있었던 것은 정부지원 덕택이기도 하지만 주민들이 이를 잘 활용했기 때문이다.

정부지원을 받은 농촌마을들은 많지만 모두 이 마을과 같지는 않다. 7면에 보도한 한 마을은 새농촌건설운동 우수마을로 선정돼 상사업비로 5억원을 받았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상사업비를 받아 마을회관 건립, 마을발전기금 적립 등에 쓰고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절임배추 가공시설을 지었지만 운영이 어려워 지금은 임대료로 월 40만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마을에 건물 몇 채가 더 생기기는 했지만 소득증대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한 것이다. 그동안 농촌마을에는 이런저런 사업으로 엄청난 예산이 지원됐다. 하지만 앞서 얘기한 마을들 처럼 그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이는 사업비 사용처 제한 등 구조적 문제도 있겠지만 인적역량, 마을 환경, 전략 등에서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년도 원주시 예산 중 농업관련 예산이 처음으로 4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예산이 늘어난다고 농촌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지금처럼 돈만 주고 마을에서 알아서 하라고 한다면 예산만 낭비하게 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사업비를 지원한 마을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때까지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사후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마을사업을 이끌어 갈 지도자 육성과 사업전략에 대한 검증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