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영호민속예술공연단의 공연에 흥이 겨워 어깨춤을 추고 있는 어르신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웃음을 주는 사람일 것이다. 최영호 민속예술공연단(단장: 최영호, 이하 공연단)이 펼치는 흥겨운 공연은 몸과 마음이 약해진 어르신들에게 웃음을 되찾아준다.

이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공연은 한 두 곡 노래가 아니다. 입담 좋은 사회자가 인사를 하고 진행에 들어가면 대중가요, 민요, 고전무용, 국악, 4인조 밴드, 각설이 타령 등 장르가 다양하다. 신나는 음악이 울려 퍼지면 일어서는 것도 힘에 부친 어르신들은 어느새 몸을 들썩이며 공연을 즐긴다.

공연단이 어르신들을 찾아가며 공연해 온지 25년째. 그 긴 세월동안 한 달에 한 번 이상 꼭 어르신들을 찾았다. 지난 1986년 최영호(51) 단장은 국악에 대한 재능, 그리고 어르신들을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명선식(63) 부장과 공연 봉사를 시작했다. 최 단장은 노래를, 명 부장은 연주를 맡아 어르신이 단 몇명이라도 모인 자리면 어디서든 노래했다.

최 단장은 "초창기에는 차를 타고 지나가다 동네 마당이나 정자에 어르신들이 모여 계시면 막걸리를 사들고 갔다"며 "어르신들은 노래 몇 소절에 금방 흥이 나 몸을 일으키셨다"고 회상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여러 분야의 끼를 가진 공연단을 구성했고, 현재 20여명의 단원이 활동한다. 89년부터 7년간 매년 남부시장 건너편 자리에 위치해 있던 개운회관에서 400~500명의 어르신을 모시고 공연했고, 90년대 초 170여명의 미화원을 한 자리에 모아 즐거운 시간을 만들기도 했다. 당시에는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단원들이 직접 동네마다 부녀회장을 찾아다니며 어르신들을 모아 주기를 부탁했고, 다과를 마련할 수 있도록 단원들이 모은 기금까지 전달했다.

노인복지시설이나 복지관은 언제나 찾아갔다. 명륜종합사회복지관에는 7년간 매월 찾아가다가 지금은 1년에 한 번 장수한마당축제에 참여하고, 초창기 시절에 자주 찾았던 상애원도 최근 다시 발길을 잇고 있다. 단계동 사랑의 집은 가족처럼 수시로 찾아가고 있으며, 수녀님과의 인연으로 제천에 위치한 성보나벤뚜라노인요양원에도 공연봉사를 가고 있다. 이인해(52) 무용팀장은 " 천진한 아이같은 어르신들이 일어나 손을 잡고 함께 춤을 추신다"며 "더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은 더 많은 어르신들을 찾아뵙기 위해 노인요양시설을 방문한다. 태장동 가온요양병원 공연에서는 허리도 잘 못 펴는 95세 어르신이 흥에 겨워 무대 위로 올라오기도 했다. 최 단장은 "항상 외롭고 무력한 어르신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며 "원주에 계신 70세 이상 어르신들 손을 한번 씩 다 잡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어르신들을 만나러 다닌다"고 말한다.

'앞으로 10년은 더 열심히 꽃 피워 보자'는 외침으로 공연단을 이끄는 최 단장은 20여 년 전 찾아온 당뇨로 인해 전신 합병증을 앓고 있다. 공연을 나갔다가 쓰러지는 일도 있었지만 어르신들을 만나 음악을 즐겼기에 이 정도라도 건강을 회복했다. 또한 자신도 질병 때문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고 있어 세상에 더 큰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단원들의 나이도 어느새 50대가 대부분이고 60세가 넘은 사람도 있지만 여전히 생업과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박미자(57) 부단장은 "병을 이겨내고 봉사에 나서는 최 단장을 도와 더 적극적으로 봉사 할 것"이라며 "더 많은 곳에서 불러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단원들은 어르신들 공연에 맛있는 음식이 차려지면 더욱 풍성한 자리가 될 수 있어 음식 나눔 봉사를 하는 분들과 연계가 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끼를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봉사를 함께 하기 원하는 사람들이 단원으로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다. 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