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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활성화·이미지 제고 효자노릇
골칫거리, 문화를 만나 보배가 됐다
2011년 12월 12일 (월)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

지역문화콘텐츠 현장탐방

   
 

'문화'가 살면 '지역'이 산다. 언제부턴가 문화는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중요한 요소이자 도시 경쟁력과 도시 이미지 향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으로 부상했다.

인구 2만4천여명에 불과한 화천군은 산천어축제로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으며, 춘천시는 마임축제 하나로 '마임의 도시'로 거듭나면서 도시 이미지 제고에 큰 도움이 됐다. '문화'가 지역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준 대표적인 사례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으로 지역문화콘텐츠 현장탐방 연수를 다녀왔다. 근대사의 상징인 서울역이 문화역사로 복원되는 과정을 살펴봤고, 18만8천명을 열광케 한 가평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이 펼쳐진 자라섬도 방문해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또한 가을의 낭만과 추억이 가득한 춘천 남이섬, 담배공장을 재탄생시킨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와 도심 속 낙후된 골목을 문화공간으로 바꾸어 놓은 대구 중구 도심재생프로젝트 현장도 다녀왔다.

원주가 이들 도시에서 배워야할 점이 무엇일까? 원주를 바꾸어 놓을 수 있는 문화상품과 콘텐츠는? 연수 내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던 생각들이다. 이번 연수를 통해 살펴본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한다. 원주 문화발전을 위해 함께 고민해 보는 지면이 되었으면 좋겠다.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문닫은 담배공장을 문화공간으로
관람객 42만명 대박 

"담배공장이 전시장으로?" 그렇다.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30일까지 40일간 열렸던 2011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이하 청주비엔날레)는 담배공장에서 열렸다.

국내에서는 처음 개최된 아트팩토리형 비엔날레이다. 청주비엔날레가 시작된 건 1999년. 그동안에는 청주 예술의전당 등에서 개최됐다. 하지만 올해는 장기간 방치된 청주연초제조창에서 개최하겠다고 선언해 시작부터 이목이 집중됐었다.

청주연초제조창은 1946년 문을 연 이후 적을 때는 3천명, 많게는 1만명의 근로자가 근무했으며 연간 담배 생산량도 100억개비에 달하는 등 지역주민들을 먹여 살렸던 곳이다.

그런데 1999년 원료공장이 폐쇄되고 2004년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지역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이후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으나 건물 규모가 워낙 크고 개발도 어려워 8년째 방치되며 도심 속 흉몰로 남게 됐다.

이에 청주시는 오랜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가동이 중단된 공장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기로 하고 올해 초 KT&G와 350억원에 건물을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덕분에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3만여㎡에 달하는 초대형 전시장을 얻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 건물은 원형을 최대한 그대로 보존하고 청소만 했다.

회색빛 공장, 더욱 빛나는 전시물
작품들을 감상하기 전부터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매표소를 지나자 큼지막한 화물용 엘리베이터가 눈에 들어온다. 작품들이 공장 2·3층에 전시돼 있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게 되는데 화물을 싣거나 과거 공장 직원들만 사용하던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그대로 활용해 이색적이었다.

전시장에 올라가니 회색빛 건물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들이 가득 차 있었다. 65개국 3천200여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볼 것이 많았다.

3층에는 '오늘의 공예'를 주제로 본전시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세계 189명 작가의 작품과 6개 기관 및 기업의 공예디자인품 등 875점을 비롯해 국제공예공모전을 통해서도 795명의 작가가 1천28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또 2007년 이탈리아, 2009년 캐나다에 이어 올해는 초대작가전으로 핀라드 작가들을 초대해 '전통과 미래 그 사이'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다.

2층은 테마 전시가 돋보였다. '의자, 걷다'를 주제로 세계 145명의 작가가 433점의 의자를 출품해 의자 박물관을 연상케 했고, 청주연초제조창의 역사를 한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옛 연초제조창 65년 스토리텔링 특별전이 마련돼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또 공예·디자인 페어로 다양한 공예작품들을 전시·판매했으며, 관객 및 어린이 등을 대상으로 한 재활용 공예교실과 어린이 도서관도 인기를 끌었다.

경제적 파급효과 500억원 육박
경제적 파급효과 또한 대단했다.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은 평일 5천~1만명, 주말엔 1만5천~2만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60억원이 투입됐고 입장료 수입은 1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행사자체만 놓고 보면 적자운영이다. 하지만 이 행사가 청주 지역경제에 미친 효과는 엄청나다. 비엔날레 관계자는 행사기간 동안 42만명 이상이 행사장을 다녀가면서 외부 관광객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5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버려졌던 연초제조창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침체됐던 공장 주변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물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한 것이다. 이 연초제조창 건물은 지난 10월 국토해양부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한범덕 시장은 이번 달 대한민국 미술인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쓸모없어 버려진 건물의 재발견, 낡은 담배공장에서 치러진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졌다.

문화역 서울 284

   
 
   
 

기차 빈자리 문화로 채워
구 서울역 원형복원 개관 프로젝트

구 서울역은 1900년 7월 10평 남짓한 목조 건물로 지어진 '남대문 정거장'으로 출발했다. 1923년 경성역으로 개칭됐으며 1925년 돔 구조 지붕과 르네상스식 건축물로 새롭게 지어졌고 1947년 서울역으로 이름을 바꿨다. 무려 100년 동안 우리나라 근현대 역사와 함께한 서울역은 새로운 역사가 신축되면서 기차역으로 활용되지 않아 2004년 폐쇄됐다.

하지만 서울역사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구 서울역 원형복원 개관 프로젝트인 '문화역 서울 284-카운트다운'을 통해서다. 문화역 서울 284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3년간 1925년 준공 당시 모습 그대로 원형복원 공사를 마치고 올해 8월 개관한 구 서울역의 새 이름이다. 공모를 통해 새 이름을 얻었으며, 284는 구 서울역이 국가지정 사적 284호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다.

카운트다운 프로젝트
문화역 서울 284는 내년 3월 문화역 서울 284 공식 출범을 앞두고 시간과 공간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예술 프로젝트 '카운트다운 프로젝트'를 열고 있다. 올해 8월 11일부터 시작해 내년 2월 11일까지 6개월간 벌어지는 이 프로젝트는 전시, 공연, 문화행사 등 다양한 시도를 꾀함과 동시에 시민들 의견을 수렴해 문화역 서울 284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모색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기차가 없는 구 서울역에 다양한 전시물들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섰다. 과거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는 현대 예술작가들의 실험적이면서도 신선한 작품들이 과거와 현재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연결 통로가 되고 있다. 처음 20여명의 작가들과 함께 시작한 전시 프로그램은 내년 2월까지 점진적으로 참여를 늘려 35명의 작가들 작품을 전시할 전망이다.

역사에 등장한 인디밴드
문화역서울 284 본 건물 옆 '서울스퀘어 미디어 캔버스'에서 펼쳐진 '인디스테이션'에는 인디밴드 공연이 줄을 이었다. 개관 이후 12월 10일까지 8회에 걸쳐 진행되는 인디스테이션은 회당 3팀의 밴드가 참여해 공연을 선보였고 매회 200~500명의 관객이 관람했다.

더욱이 공연이 스탠딩 형식으로 진행돼 밴드와 관객이 모두 일어서서 환호하고 객석과 무대를 넘나드는 박진감 넘치는 공연으로 열광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지난 10월 말에는 '한복, 근대를 거닐다'라는 주제로 한복페스티발을 열어 성황을 이뤘다. 근대의 패션 선두주자로 손꼽히는 '모던걸'과 '여학생'의 만남, 동양과 서양의 만남이 이뤄진 한복부터 궁중 여인의 한복,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혼례복 등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도 역사 내부에는 건물 복원 과정에서 나온 주요 구조물이나 장식품, 소품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디자인·건축·인문사회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여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안태정 문화역 서울 284 홍보팀장은 "국내 근대건축물의 상징인 구 서울역사가 3년에 걸친 복원 과정 끝에 복합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탈바꿈해 대중들 앞에 다가섰다"면서 "내년 3월 공식 오픈을 앞두고 대중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고자 무료로 개방하고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물에 잠기던 척박한 땅 자라섬의 기적
국내 대표 음악축제로

경기도 가평군 북한강 줄기에 자리 잡은 자라섬은 폭우가 쏙아지면 물에 잠겨 거들떠 보지도 않던 버려진 땅이었다. 형상이 자라를 닮았을 뿐만 아니라 물이 불어 잠기었다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이 자라를 연상케 해 '자라섬'이라는 이름이 붙었을 정도다. 인근 남이섬이 국내는 물론 국제 관광지로 거듭나는 동안 자라섬은 낚시꾼이나 농사를 짓는 지역주민들 외에는 알려지지 않은 무인도와 같은 곳이다.

그런데 버려진 땅 자라섬에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2004년부터 개최해온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통해 기회의 땅으로 거듭난 것이다. 페스티벌이 열릴때면 국내와 해외 뮤지션들의 음악이 울려퍼졌고 관객 수만명이 몰려들었다. 8회를 이어오는 동안 올해까지 94만3천여명이 다녀갔다고 하니 매년 가평군 인구(6만여명)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는 셈이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은 2008년 경기도 지정 최우수축제에 이어 2009년, 2010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 대한민국 유망축제, 올해는 대한민국 우수축제로 선정되는 등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축제로 발돋움하게 됐다.

재즈페스티벌은 자라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줬다. 페스티벌이 성공하면서 2008년 국내 최대규모 오토캠핑장이 들어섰고, 세계캠핑캐러바닝대회도 유치했다. 2009년에는 생태문화공원조성사업으로 새롭게 단장했으며, '자라섬씽씽겨울축제'를 개최하며 겨울 관광객까지 불러들이고 있다.

3일 공연에 18만8천명 찾아와
지난 10월 1~3일 개최된 제8회 페스티벌은 18만8천여명이 찾아 오면서 역대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우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3일 공연 중 첫째날과 둘째날 공연 티켓이 일주일 전에 모두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올해는 국내 56개팀, 해외 25개 팀 등 21개국 81개 팀이 참가해 자라섬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세계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팝, 힙합, 락, 월드뮤직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선보였다. 또 지난 2007년부터 동시에 개최해온 국제재즈콩쿨은 대상 수상자에게 상금 1천만원과 내년 페스티벌 개막 공연 무대에 설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면서 신인 아티스트들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더불어 유료공연이 펼쳐지는 자라섬 중도광장 메인무대와 광장 뒤편 공간을 제외한 자라섬 내 전 공간을 프리스테이지로 운영하고, 가평역 앞 및 읍내에서도 무료공연을 선보여 관객들의 참여율을 높이면서 처음 온 관광객들의 관심도 이끌어냈다.

먹을거리와 즐길거리도 풍성하다. 페스티벌에 맞춰 특별생산한 '재즈사과'와 지역주민들이 직접 빚은 '재즈와인'과 '재즈막걸리'는 대표 먹거리로 거듭났다. 농·특산물 부스에서는 지역 농작물 및 특산품들을 판매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재즈페스티벌이 가평군 홍보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이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만든 장본인
인 재 진 예술총감독
   
 

척박한 땅 자라섬에 활력을 불어넣은 장본인은 2004년 개최당시부터 자라섬재즈페스티벌을 진두지휘한 인재진 예술총감독이다.

인재진 감독과 자라섬의 인연은 우연한 만남에서 비롯됐다. 서울에서 음반제작자, 공연기획자 등으로 활동해온 인 감독이 지난 2003년 한 신문사에서 주최한 문화캠프에서 특강을 했는데, 이 강의를 들은 수강생 중 한명이 가평군 문화관광과 소속 공무원이었고 깊은 감명을 받았던 것.

자라섬을 두고 골머리를 앓던 가평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인 감독을 초청해 자라섬을 보여주고 조언을 부탁했다.

인재진 감독은 "처음 자라섬을 보고 무척 당황했었죠. 이 허허벌판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나를 여기까지 데려온 가평군 공무원이 원망스러웠을 정도였어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 감독은 허허벌판 자라섬으로 뛰어들었다. 핀란드의 인구 8만의 작은 해안 도시 포리에서 개최된 '포리재즈페스티벌'이 영감을 가져다 줬다. 포리재즈페스티벌의 메인무대는 '섬'이었다. 자라섬도 '섬'이 아니던가. 자라섬의 경우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수도권과 가깝기 때문에 잠재적 가능성이 커 접목시켜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처음 자라섬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하겠다고 말했을때 반신반의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미쳤다'고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인 감독은 포기하지 않고 열정을 쏟았다. 기획, 뮤지션 섭외, 숙박업소를 알아보는 일 등 거의 모든 일을 도맡아 했다. 그리고 2004년 10월 제1회 페스티벌을 개최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첫 개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야외 축제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비가 내리는 것인데 페스티벌 기간 내내 비가 쏟아졌다. 갖은 고초 끝에 만든 축제였지만 하늘은 도와주지 않았다.

그런데 뜻 밖의 결과가 나왔다. 인 감독은 "어렵게 준비해 첫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됐는데 3일 내내 비가 내렸지 뭐에요. 하지만 가능성이 보였습니다. 쉴 새 없이 폭우가 쏟아지는 최악의 상황속에서도 3만여명이나 되는 관객들이 찾아주셨습니다. 빗속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던 관객들로부터 큰 힘을 얻었습니다. 쓸모 없던 땅 자라섬에서 기적이 일어난 것이죠."

인 감독은 이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과의 인연으로 가평군민이 됐다. 과거 서울과 가평을 오가며 페스티벌을 준비하던 인 감독은 가평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5년 전 이사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실력을 인정받아 지난해부터 개최된 광주월드뮤직페스티벌에서도 지휘봉을 휘두르고 있다. 현재 가평읍내에 위치한 자라섬청소년재즈센터에서 페스티벌 기획과 센터 운영을 맡고 있다. 자라섬재즈센터는 청소년 및 성인들을 대상으로 기타, 드럼, 플롯, 댄스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지역 문화예술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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