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에 '그런즉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는 말씀이 있다. 세상 말로 잘 나갈 때 교만하지 말고 겸손하고 조심하라는 뜻일 것이다.

종교개혁의 도화선도 바로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교만으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로마 바티칸 궁전 내에 있는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는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의 그림이 있다. 아담의 창조부터 최후의 심판까지 섬세하고 화려한 색채, 그리고 생동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람의 손으로 그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불후의 명작이다.

그러나 그 그림에 나오는 하나님의 모습은 당시 교황인 율리우스 2세의 얼굴로 교황이 미켈란젤로에게 자신의 모습을 모델로 하여 그리라고 강요하였다고 한다. 그야말로 하나님과 동등하겠다는 교만의 극치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세계적 문화유산이 된 이 바티칸 궁전도 당시 교회에서 면죄부를 팔은 돈으로 건축하였다는 설도 있다. 이렇듯 중세 절대 권력을 가진 교회가 타락하므로서 이태리를 중심으로 문예부흥(Renaissance)운동이 시작되어 급기야는 종교개혁에 이르기까지 되었다.

10월 26일 우리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지켜보면서 새삼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실감하였다. 이명박, 오세훈 시장의 10여년이 시민과 소통을 하지 않고 오직 자신의 생각으로 시정을 이끌어 온 일방통행적 행정에 시민들은 그야말로 표로서 심판한 것이다.

이에 앞서 한 달 반전 무상급식문제로 무리한 주민투표를 강행하여 서울시민의 심판을 받았을 때, 시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던 한나라당은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또다시 국민의 뜻과 반하는 네거티브공세로 일관하다 다시 한 번 국민의 따끔한 회초리를 맞았다. 이러한 연이은 패배는 한나라당을 비롯한 여권이 자초한 것이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오만과 독선으로 일방적으로 국가와 서울시를 운영한 결과이다.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당장의 눈앞의 성과보다 진정 시민들의 아픔이 어디에 있으며 진정 무엇을 원하고 있는 지를 알려하지 않고 화려하고 대규모적이고 그야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쌓으려고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다 국민들에 의해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이것은 권력이 가져다 준 교만의 결과이다.

우리나라가 이제 지방자치제를 실시한지도 꽤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시민들의 의식은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선출된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의원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이는 그분들이 몰라서 변화하지 않은 것이 아니고 그들의 자리가 이 변화의 물결을 막고 있다고 본다.

권력과 명예가 생기면 제일 먼저 자리 잡는 것이 교만이다. 선출되기 전 진심으로 시민을 섬기고 봉사하겠다는 생각이 자신도 모르게 사라지고 자신의 업적을 남기려는 교만이 생기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서울의 이야기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원주시도 서울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화려한 사업을 새로 만들기보다 시민들이 가려워하는 곳, 고통스러워하는 것, 진실로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러한 것을 긁어주고, 위로해 주고, 채워주는 일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100만 원주시를 가꾸는 원대한 청사진도 좋지만 비록 50만이라도 우리 시민들이 알콩 달콩 새콤 달콤 서로 돕고, 웃으며 건강하게 살아가는 살맛나는 원주시가 우리에게 더 행복을 가져다 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