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간 박경리문학공원에는 미국인, 중국인, 일본인, 프랑스인 등 33명의 외국인 손님이 찾아왔다. 기상대 직원이 중국인 관계자와 함께 방문했고 원주국제걷기대회에 참가한 일본인도 18명이 다녀갔다. 올 한해 박경리문학공원을 다녀간 외국인은 모두 89명에 이른다.

물론 한 해 8만2천여 명에 이르는 전체 탐방객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인원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각별한 것은 원주를 찾은 외국인 중 본인이 직접 원했거나 아니면 외국인을 마땅히 안내할 곳이 궁색했던 우리 지역 분들이 원주에도 이런 문화적인 곳이 있노라고 보여주기 위해 모셔 온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일 공원을 찾은 일본인 일행에게 해설을 했던 우리 직원은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를 전해 주었다. 일본인 혼다무스코 씨는 우리나라 사람도 아직 못 읽은 사람이 많다는 소설 '토지'를 이미 한국어로 읽었고 '청소년 토지'도 일본어로 읽었다는 것이다.

일본인이 소설 토지를 모두 읽었다는 말에 놀라 토지를 읽고 해설을 들은 소감을 묻자 "토지를 읽기 전까지는 일본이 한국에 안겨준 큰 상처에 대해 잘 몰랐다. 하지만 토지를 읽고 나서 일본이 한국 근대사에 끼친 아픔을 국가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최근 일본어로 완역된 청소년 토지가 일본에서 많이 읽히길 바란다."는 대답 또한 잊지 않았다는 말을 전해 들으며 앞으로 토지가 일본인에게 또 아시아를 넘어 널리 서구 유럽인들에게 다양하게 읽히고 보여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걸지령(人傑地靈)'이란 말이 있어 전통시대의 지배적 발상은 땅의 영기를 받고 사람이 난다고 믿기도 했지만 옛 선현들은 또 이와는 정 반대로 "사람으로 말미암아 땅이 승지(勝地)가 된다"고 해서 천하명언으로 회자되고 있다. 사람이 좋은 장소를 만든다는 탁견이었던 것이다.

원주는 그동안 역사적으로 변방이라고 하지만 여러 사상가와 역사가, 철학자를 통해 생명의 도시로 불린다. 근래에는 근대문학 100년사 최고작품인 소설 '토지'의 작가 박경리 선생이 평생의 대작인 토지를 집필하고 완성하며 살았던 곳으로 대 문호의 삶과 문학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전국에서 수많은 문학애호가들이 찾고 있다.

특히 박경리문학제와 박경리문학상은 이제 선생의 작품과 사상이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그리고 널리 세계에 알려지기 위한 뜻 깊은 시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박경리 선생의 작가정신과 삶의 자취가 남아있는 원주에서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는 문학상은 강원도와 원주의 문화적 위상을 함께 드높이는 역사적인 시작인 것이다.

평창! 2018동계올림픽 개최지가 평창으로 결정되던 순간 머리를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있다. 원주, 우리 공원에서는 이후 쏟아져 들어오게 될 '외국인 손님들을 어떻게 맞이하지?' 하는 것이다. 공원을 찾았던 어느 유럽인의 말로 기억한다.

공원을 찾아 해설을 들은 후 아주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그런데 너희 나라는 참 이상하다.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국민적인 정서가 담겨 사랑을 받는 작품이고 작가라면서 어떻게 주변이 이럴 수 있냐? 우리는 주변 환경을 작가의 삶을 그대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물론 아직 시간이 남았다고는 하지만 정말 제대로 한국의 작품과 작가와 문화에 감동하고 느끼고 경험하고 돌아 갈 수 있도록 원주에 제대로 마음먹고 볼만한 세계적인 문학관의 면모를 세우는 일에 뜻있는 분들의 큰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