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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하는 시민이 돌아보아야 할 것
영화 '도가니' 단체관람 후기
2011년 10월 24일 (월) 이한귀 원주시장애인부모연대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지난 11일 원주 씨너스 영화관에서 장애인부모들을 초대해 도가니를 관람하게 되었다. 불편하기 짝이 없는 영화를 대한민국 성인남녀 400만 이상이 볼 정도로 관심을 모으고, 원주의 문화를 이끄는 씨너스에서 장애인부모를 초대해 함께 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오늘날 우리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물질문명 속에 많은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또 한편으론 부조리와 불편의 진실 속에 살고 있다.

이 영화는, 언제 어디서나 우리 아이들도 사회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과 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한 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저기서 작은 흐느낌이 있었다. 아니 흐느낀다기 보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듯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슴 저미는 흐느낌은 파도가 되고, 부모로써 한 인간으로써 모든 걸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아픔이 밀려왔다. 어떻게 사람으로써 저럴 수가 있을까? 어떻게 해주고 싶은데 해 줄 수 없는 마음이 뒤섞여 마냥 답답하고 아플 뿐이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고 아픔만을 간직한 채 이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만은 없다.

영화를 보면서 '이것이 과연 오직 시설만의 문제일까. 시설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이 단지 원장이나 직원들이 못된 사람이기에 때문일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보면 시설에서 벌어지는 이런 모습들은 우리사회가 당연시하고 있는 어떠한 규범을 특정한 공간에서 적용한 것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 한 아파트 주민들이 아파트 부녀회, 노인회 등을 앞세워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정신 장애인에게 수개월에 걸쳐 이사 강요 및 정신병원에 갈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실형이 선고된 바 있다. 장애인에게 시설에 갈 것을 종용한 것이다. 이러한 사건은 원주에서도 발생했었다. 도가니와는 달리 가해자로 몰려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는 지역 안에서 내몰리고 스스로 방안을 모색하는 경우를 접하며 가슴아파했던 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차별과 관련된 업무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맡고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는 서울 중심이고 장애인 인권 옹호 업무를 처리하는 인력과 예산이 매우 제한돼 있어, 실제로 장애 관련 사건에 기동성 있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인권옹호업무는 그 특성상 장애인에 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어야 한다. 장애인 권리보호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당사자와 접근이 용이할 수 있도록 지방화, 소규모화 할 필요성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동 및 노인을 위한 권리옹호기관이 존재한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장애인 권리옹호시스템을 목표로, 2년째 장애인 인권옹호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런 장애인 권리를 옹호와 차별금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장애인인권센터를 원주에도 설치해 장애인과의 접근성을 높이고 헌신성과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명 <도가니 사건>은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은 것, 아니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폐쇄적 구조에서 발생한 심각한 장애인 인권침해 사건이다. 책임을 방기한 국가의 폭력이다. 영화 시사회 후 감상을 적어 달아놓은 사랑 나무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당신이 지금 끼고 있는 그 팔짱이 우리 아이들을 죽여가고 있습니다." 모두가 장애인인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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