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 배달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오후4시경 수정루의 엄선규(48) 대표와 직원들이 둘러 앉아 쟁반짜장을 먹고있다.

14년째 이곳 한 자리에서 중국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엄 대표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왠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중국 음식점을 하면서 짜장면이 그렇게 맛있냐"는 질문에 "거의 매일 짜장면을 먹지만 그래도 질리지 않는다"고 대답을 한 엄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양념에 밥까지 쓱쓱 비벼 순식간에 쟁반을 비운다.

개운동에서 태어나고 자란 엄 대표는 청년시절 잠시 타지로 떠나 있다가 14년 전 고향으로 돌아와 중국음식점 '수정루'를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요리사였던 친구에게 칼쓰는 법에서부터 채소를 볶아 춘장을 섞어 맛을 내는 단계까지 일일이 배워서 주방을 맡았는데 처음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고 음식점을 처음 시작했던 시절을 얘기한다.

엄 대표가 가장 잘 만드는 메뉴는 짜장면(4천원)이다. 새벽마다 신선한 채소를 다듬어 재료를 준비해 사용하다보니 음식 맛이 살아있다. 신선한 채소가 느끼함을 중화시켜 어렸을 적 먹던 짜장면 맛을 생각나게 한다. 2~3명 정도가 함께 먹으면 좋은 쟁반짜장(1만2천원)은 마니아들이 생길 정도. 채소와 함께 해물을 넣어 약간 칼칼하게 양념을 했다.

그래서 한결 맛을 끌어 올렸다. 얼큰한 짬뽕은 식성에 따라 매운 정도를 조절해 주고, 해물을 듬뿍넣고 볶은 볶음짬뽕(1만3천원)은 해물찜을 먹는 기분이 들어 찾는 사람이 많다. 요즘은 세트메뉴를 선호하는 고객들도 많다. 특히 주말에는 저렴한 가격에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세트메뉴 주문이 밀려들어온다. 짬짜면(6천원), 탕볶밥(7천원) 등 두 가지 맛을 함께 먹을 수 있는 메뉴도 6가지나 된다.

엄 대표는 "IMF가 있었던 그 때에는 서민들의 외식메뉴 제 1순위였던 짜장면이 인기가 많고 원가가 저렴해 장사가 잘 됐다"며 "하지만 요즘은 재료비가 워낙 많이 올라 순 이익이 대폭 줄었다"고 어려운 상황을 설명한다. 더욱이 상권이 단관택지로 많이 옮겨간 상황이라 예전 같은 매출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엄 대표는 올해 1월 개운동청장년자율방범대장을 맡아 지역 봉사에 팔을 걷어부쳤다. 장사를 마무리하고 밤 10시가 되면 단복으로 갈아 입고 방범대원들과 함께 개운동 골목골목을 순찰하며 이웃의 안전을 보살핀다.

그뿐만이 아니다. 방범대원들과 힘을 모아 인근 경로당을 돌며 어르신들에게 짜장면을 대접하고 있다. 엄 대표는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누며 살고 싶다"며 "힘이 닿는 한 동을 위한 일에 앞장서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내 최혜정(42) 씨의 적극적인 도움을 크다. 짜장면 봉사가 있는 날에는 남편보다 먼저 나서 시장을 보고 재료를 준비한다. 물론 현장에서도 방범대원들과 어울려 면을 삶고 대접하는 일에도 앞장선다.

배달은 개운동 일대와 원주천 건너 봉산동, 행구동 가까운 곳까지 가능하다. 엄 대표가 단골 고객 관리를 위해 한 단계 앞선 서비스를 접목시켰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주문전화가 오면 단골고객의 주소나 식성이 간략하게 입력된 자료가 모니터에 뜬다.

그래서 매운 정도나 식사양 등을 파악하고 식성에 맞게 양념을 사용한다. 처음 걸려오는 전화는 '신규'라는 메시지가 나오기 때문에 바쁘지 않은 시간에 자료를 입력해 놓았다가 고객관리에 활용한다.

엄 대표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늘 부지런히 움직이고, 봉사활동도 꾸준히 해 주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말했다.

< 세트메뉴 종류 > ▷세트메뉴 A(1만4천원): 탕수육+짜장면 2인분 ▷B(1만5천원) 탕수육+짜장면+짬뽕 ▷C(1만5천원) 탕수육+짜장면 2인분+군만두 ▷D(1만6천원) 탕수육+짜장면+짬뽕+군만두 ▷E(1만7천원)는 탕수육+볶음밥+우동, ▷F(1만8천원) 탕수육+볶음밥 2인분.

▷문의: 761-6288(수정루)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