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동안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러한 논쟁이 무의미해 보인다. 현재 시행중인 복지혜택 도 허술한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중 한가지가 저소득층에 대한 연료비 지원이다.

겨울이 다가오면 저소득층이 추운 겨울을 보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연탄을 기증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도층 인사들이 넥타이를 풀고 검은 연탄을 나르는 사진은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단골 메뉴이다. 그러나 저소득층 가구에 기름을 전달했다는 얘기는 흔치 않다. 그렇다고 저소득층이 모두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데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에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자치단체도 겨울철이 되면 연탄 사용 가구에는 17만원 상당의 연탄쿠폰을 지원하지만 기름 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에는 지원하는 것이 없다.

원주주거복지센터가 2009년에 원인동에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난방실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탄 사용가구가 16%, 기름보일러가 24%, 나머지는 도시가스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개월 난방비는 연탄이나 도시가스 사용가구는 10만원 미만, 기름보일러 사용가구는 20~30만원이 가장 많았다.

결국 기름보일러를 사용하는 가구는 연탄 사용가구보다 난방비는 두세배 더 들어가는데 쿠폰이나 사회적 지원에서는 제외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기름보일러를 연탄보일러로 교체하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세를 들어 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기도 어렵고 100만원 정도 목돈이 들어가다보니 난방을 줄이는 것으로 대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이러한 사정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매년 연탄사용 가구에만 혜택이 주어지는 것은 복지혜택을 수용자 입장에서 보지 않고 제도나 감성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다가오는 겨울에는 이러한 상황을 최대한 고려해 난방비를 지원하는 지자체의 노력과 사회적 관심이 요구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난방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도시가스를 전지역에 공급하는 것이겠지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므로 기름보일러 교체비용을 지원하거나 연탄처럼 기름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회단체들도 연탄기증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기름보일러 사용가구에도 그에 상응하는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이와함께 저소득 가구에 대한 난방실태를 전수조사해 난방비가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가는 가구에는 에너지 효율화사업을 추진하는 등 저소득층이 피부에 와닿는 복지를 펼쳐야 한다. 복지혜택을 늘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상자에 맞는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