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 정년퇴임 후 다시 현장근무 자청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출근하며 나의 소득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한화손해보험 원주지점에 근무하는 박준호(87) 옹의 철학이다. 

박 옹은 원주는 물론 전국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든, 80세를 넘긴 보험설계사이다.

매일 아침 정장을 갖춰 입고 7시30분 명륜1동 자택을 나선 뒤 30분 가량 걸어 중앙동에 위치한 사무실에 출근한다.

보험 설계사니 낮 시간에도 사무실에 앉아있는 경우는 거의 없고, 퇴근길 역시 도보여서 하루에 2시간은 족히 걷는다.

눈이 쌓여도 지각 한 번 한 일이 없고, 결근이나 조퇴도 거의 없는 박 옹의 회사생활은 젊은이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 직원들은 보험업계에서의 오랜 경력과 남다른 근성을 가진 박 옹을 '박 고문님'이라고 부른다.

젊은 시절 충북에서 공무원으로 일했으며, 보험업계에 종사한 지는 35년 가까이 됐다. 60대 초반이 되어서는 원주에서 지점장을 맡기도 했는데, 정년퇴임 후 다시 보험설계사로 현장에 나가기 시작했다. 다른 직원들처럼 하루에 몇 명을 만날지 목표를 세우고 일하며, 급여도 능력에 따라 결정되는 수당제인데 매월 100만원 넘게 번다.

박 옹은 "내 정신이 제재를 가할 뿐 아무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며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많은 것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맞다고 얘기하는 박 옹은 평소 병원에 잘 가지 않을 만큼 건강하다. 식습관은 끼니를 거르지 않고 소식 하는 편이고, 음식을 가리지 않고 육류, 어패류, 채소 등을 골고루 즐긴다. 술과 담배를 끊은 것은 10년 전이다. 그 전에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건강을 염려해 과감하게 끊었다.

박 옹이 지금껏 보험회사에 근무하며 가장 보람된 일은 제일화재에 근무하던 당시 본사에 추천해 노인복지시설 상애원과 후원결연을 맺은 일이다. 당시 박 옹의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20년 넘게 결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직원들이 주기적으로 방문해 김장담그기 등 봉사활동을 하고 후원물품을 전달한다. 박 옹은 "나도 이렇게 늙었지만 거기에 있는 어르신들은 외로운 사람들이다"라며 "지난 겨울에도 직원들과 함께 방문했었는데 작지만 도움을 줄 수 있어 보람 있다"고 말한다.

한화손해보험 원주지점 황동석 지점장은 "젊은 사람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게 대단하시다"며 "직원들에게는 정신적 지주가 되고, 사무실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또한 "더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직원들에게 귀감이 된다"고 덧붙였다. 박 옹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