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난 200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주요공약으로 내걸면서 공론화되었습니다. 그 후 행정자치부가 2003년 7월에 '2004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기본지침'을 통해 지방정부에 이 제도의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그리고 2011년 행정안전부는 '지방재정법'을 개정했습니다. 그 내용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시행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종전의 '시행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을 '시행하여야 한다'라는 의무규정으로 바꾸었습니다. 핵심이 바로 '지방예산편성 과정에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라는 것입니다.

이 규정에 의하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지역회의, 주민참여예산연구회 등의 장치를 만들고 있습니다. 원주시는 2011년 다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그 조례에 의하여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이제 시행됩니다.

지난 8일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출범했습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는 글자 그대로 '예산 결정을 포함, 예산운영에 주민의 참여와 합의를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기준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책입니다. 그간 예산편성은 지방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이었습니다.

그리고 편성된 예산(안)을 심의하는 곳이 시의회입니다. 여기에 주민참여예산위원회라는 조직이 또 하나 만들어지니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합니다. 역할과 기능이 무엇이냐, 혹시 중복되는 것은 아니냐는 것입니다. 시장의 고유권한인 예산편성권을 주민과 함께 나누겠다는 것입니다.

집행부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방의회의 감시·견제 기능을 보완하겠다는 것입니다. 주민들의 욕구와 요구를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따라서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진일보한 지방자치제도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이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장의 강력한 정책의지와 지방의회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주민참여예산 제도는 시장과 시의회의 권한을 침범하기보다는 보완·협력하는 제도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함께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습니다. 원주시민 모두가 시정에 참여할 수 있는 합법적 통로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70명의 주민참여예산위원들이 읍·면·동, 거리, 각종 단체들과 정책토론회나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합니다. 수렴된 의견을 가지고 관련 또는 담당 부서 공무원들과 간담회, 토론 등을 통해 정책에 반영하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주민활동가들이 탄생하고 많은 시정 홍보자 및 협력자들을 확보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풀뿌리 민주주의학교입니다.

하지만 이 제도를 거추장스럽게 생각한다면 '좋은 의견 있으면 제출해 달라. 그중에서 일부는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아이디어뱅크 정도로 운용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시정 들러리를 서게 되는 것입니다. 굳이 위원회까지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요?

인터넷과 설문조사 등으로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수렴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또 다른 예산낭비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도와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씽크탱크'로 활용하느냐 아니면 '아이디어뱅크'로 운용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생각에 달려있습니다. 원주시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고 계실까요? 그 답은 2014년 지방자치단체장·의원 선거 때 제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