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강원도내에서는 처음으로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 조례'를 제정하기로 하고 입법예고 했다. 신고내용은 직무와 관련해 향응이나 금품을 받는 행위,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거나 위법한 행위로 원주시 재정에 손실을 끼친 행위 등으로 신고자에게 최고 2천만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 조례 제정은 지난 7월 원주시의회가 개설한 '부정부패 및 예산낭비 신고센터'에 이어 깨끗한 공직풍토 확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 확대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부조리를 신고한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신고자 신분이 노출되지 않도록 조례에 명시한다고는 하지만 신고를 접수하는 사람이 공무원이기 때문에 비밀보장이 우려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어려서부터 고자질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가르쳤다.

때문에 공무원 부조리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이다가도 막상 정식으로 신고하라고 하면 망설이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이다.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신고한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크게 효과를 보지 못한 것도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올바로 가동하기 위해서는 고발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다 보면 야간에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에서 차를 멈추는 운전자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차 문화가 정착될 수 있었던 것은 교통경찰이 강력하게 단속해서가 아니라 시민들의 고발정신이 투철했기 때문이고 이를 올바른 행동으로 인식하는 시민의식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상금 액수를 크게 늘리고 신고 절차를 간소화하고 신분노출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 보완이 요구된다. 또한 고발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제고를 위한 캠페인이나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이다.

충청북도 지자체 상당수가 지난 2009년 1천만원~3천만원을 지급하는 조례를 제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2년이 되도록 신고 건수가 전무하다시피한 것은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 때문에 경기도 화성시는 지난 7월 보상금 액수를 1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물론 보상금 액수가 신고 활성화와 직결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칫 사회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부담감을 떨치고 신고해야 한다는 점에서 보면 2천만원은 적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부조리 신고 보상금 지급 조례가 실효성이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조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조리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왕에 조례를 제정할 거라면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