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이전이 예정돼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감정인력은 서울에 그대로 두고 원주에는 교육과 연구를 담당할 인력만 보낼 것이라고 밝혀 원주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시민들이 분노 하는 이유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온 현 정부가 드디어 속내를 드러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국과수 축소 이전은 모 중앙일간지가 감정인력이 원주로 이전할 경우 시간을 다투는 감정업무에 문제가 있다고 보도하자 정부가 기다렸다는 듯 감정인력은 서울에 남기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불거졌다. 겉으로 보면 불가피한 상황인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논리는 공공기관 지방이전 취지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지난 정부가 공공기관을 각 지방에 분산배치하는 정책을 추진한 것은 효율성을 우선으로 한 것이 아니라 국토균형 발전을 최우선 가치로 보았기 때문이다. 국과수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제들은 국과수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기관들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서울과 수도권에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업무 효율성 부분에서는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문제는 도로망 구축이나 업무방식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지 주요 인력은 서울에 남겨두고 무늬만 혁신도시를 조성한다면 그 것이야말로 막대한 국가재정을 낭비하는 것이다.

때문에 국과수 축소 이전은 국과수 업무 효율성을 놓고 따질 문제가 아니라 현정부가 혁신도시를 추진할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의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국과수가 부검은 신속성을 요구하는데 본원이 원주에 있으면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문제가 있다.

원주는 조만간 서울과의 거리가 1시간 이내로 단축될 예정이다. 고속 철도망이 구축되고 제2영동고속도로도 신설될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서울 남부지역은 현재 국과수가 있는 양천구보다 원주가 이동시간이 더 적게 걸릴 수도 있다. 국과수가 이동거리를 감안해 4개 분원을 운영하는 것처럼 서울에는 서울 서부권을 담당하는 분원으로 운영하면 된다.

따라서 정부가 국과수 축소 이전 입장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혁신도시 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다. 이는 원주시민뿐 아니라 공공기관 이전 예정지역 주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아울러 원주시는 원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이전계획을 사전에 확인해 겉으로는 이전하는 것처럼 포장하고 주요 기능은 서울에 남겨 두려고 하는 기관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난 정부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마지 못해 지방이전을 결정한 이전기관들이 꼼수를 쓸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