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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회의소, 아래에서 시작해야 한다
2011년 08월 08일 (월) 박수영 가톨릭농민회원주교구연합회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정부에서는 최근 한국형 농정 거버넌스 구현이란 목표를 가지고 외국의 사례를 연구하더니 <농업회의소>라는 이름의 단체가 진안군, 평창군, 나주군에 시범사업 형식으로 출범하였다.

농업회의소는 1998년 김대중 정부 시절 이미 거론되어 추진한 바 있으나 전국단위 조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어 중단된 바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보는 견해에서는 전국단위 농민단체의 주도권 싸움으로 무산되었다고 보여 진다.

최근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 다시 추진되는 농업회의소는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농민들의 요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농정참여기구의 모습을 띠고 있어서 환영할 만한 일이나 MB식 소통의 대명사인 농어업선진화위원회와 같이 정부정책에 비판적인 단체를 배제하거나 반정부 집회에 참석하지 말 것을 강요하는 행위, 정부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고 FTA와 같은 개방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의 과정은 정책 의제설정 - 정책 결정 - 정책 집행 - 정책 평가 등의 과정으로 나타나는데 정부에서는 정책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고 있으면서 정작 주민들이 참여하려고 하면 정책을 미리 결정해 놓고 이를 집행하기 전에 주민들의 의견을 듣는 수준으로 하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 즉 정부에서는 이미 정책을 결정해 놓고 이를 집행하기 전에 주민들에게 통보하는 000 설명회와 같은 방식으로 주민참여를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주민참여가 아니다. 주민참여는 정책이 결정되기 이전 정책계획 단계에서 주민이 참여하여 의견이 모아지고 합의되는 과정을 밟아야 절차적 의미에서 주민참여가 이루어진다.

농정 거버넌스도 마찬가지이다. 거버넌스란 이름으로 출발하여 무슨 의견수렴을 농민단체장들만 모아 놓고 회의 한번 하는 방식으로 해서는 의견수렴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농정 거버넌스는 대체되고 농민단체는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다. 결국 많은 농민단체는 정부당국의 정책을 지지하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아 연명하게 되었으며 이런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농정거버넌스를 하자는 것이 지나친 무리일 수 있으며 농업회의소는 또 다른 관변단체를 양산하는 모습이 될 수 있다. 지난 98년도 농업회의소 준비과정에서와 마찬가지로 농정의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양상으로 나타난다면 자중지란을 면치 못하고 농민들에게 또 다른 절망을 안겨 줄 뿐이다.

때문에 농업회의소는 아래에서 시작해야 한다. 우리 원주의 경우는 아직도 마을별로 마을 회의를 하고 있고, 마을의 대소사가 마을 회의를 통해 결정되고 있다. 물론 이장이나 마을의 유지 등 몇몇 유력자에 의해 회의가 진행되고 결정되어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의 마을에서 마을 회의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마을 회의에서 농정의 현안을 논의하고 마을 대표를 선출하여 농민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마을 회의를 농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참여하고 합의할 수 있는 기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원주에서 농정 거버넌스의 시작은 바로 이 마을 회의를 바르게 진행하고 이 마을 회의를 통해 농정의 현안들이 깊고 다양하게 논의하는데서 출발한다고 믿는다. 소수의 사람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막고 농민들로 하여금 진정한 숙의의 과정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다.

속도와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대항하여 비록 의사결정비용이 많이 들지라도 아래로 들어가 주민의 힘과 지혜에 의해 현안을 해결하는 방식이야 말로 새로운 농정 거버넌스를 위한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농민활동가들이여! 생명운동가들이여! 아래로 들어가라. 그리고 옆으로 조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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