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투데이 7월18일자에 수십년째 비만 오면 고립되는 지정면 판대리 원대마을 이야기가 보도되자 많은 독자들이 안타까워 하며 속히 해결해 줘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7가구밖에 살지 않는데 45억원이나 투입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은 예산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원주시 입장에 대해서는 생존권과 관련된 문제인만큼 경제논리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 와중에 원대마을 문제와 연관져 생각해 볼 수 있는 제보가 접수됐다. 행구동 꽃밭머리 마을로 진입하는 교량 재가설 공사에 관한 얘기다. 제보자에 따르면 꽃밭머리 진입로 교량은 좁기는 하지만 통행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데 굳이 교량을 재가설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이 마을은 주택 10여채와 카페 6개뿐이라며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본지가 취재과정에서 만난 모 시민은 "꽃밭머리 진입로가 붕괴된 것도 아닌데 14억원을 투입해 다리를 다시 놓는 것은 특정인을 위한 특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게다가 도시계획상 앞으로는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지역이고 치악산 환경오염을 막기 위해서라도 출입을 원활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하루 카페 이용자가 500여명으로 교량 재설치는 카페를 이용하는 시민들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어느 쪽 말이 옳을까? 사실 정답은 없다. 모든 사안이 그렇듯이 처한 입장과 가치기준에 따라 판단은 다를 수 있다. 또한 이런 문제들은 원주시 행정 곳곳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며 모두가 만족하는 행정이란 없다는 측면에서 보면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다.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써야할 곳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나 지자체는 나름대로 예산 배정 우선순위를 매겨 예산을 편성하고 의회의 심의를 거쳐 집행하게 된다. 문제의 핵심은 이 과정에서 예산 우선순위를 어떤 철학과 원칙으로 결정하느냐에 있다. 명문화하기는 어려워도 시민 대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철학과 원칙이 있다면 예산 배정 때문에 발생하는 논란은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 예산은 힘의 논리가, 지방자치단체 예산은 단체장의 의지가 가장 크게 작용한다. 그렇다고 이렇게 편성된 예산이 모두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단체장이 일관된 철학과 원칙아래 우선순위를 매긴다면 문제될 게 없다.

복지를 우선으로 하느냐 삶의 질 개선을 우선으로 하느냐는 철학의 문제이고 예산으로 인해 혜택을 받게 되는 집단, 범위, 시급성의 정도는 객관화할 수 있는 원칙이다. 예산 우선순위를 매길때 이러한 철학과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한다면 특혜시비나 예산로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원대마을과 꽃밭머리 교량 가설 문제를 보면 이러한 철학과 원칙이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