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왼쪽부터 원주시 산림과에 재직중인 조민호 씨, 아내 유재영 씨, 딸 윤서 양.

딸 백일잔치 날 출동하는 남편…속상하지만 자랑스러워　

원주시청 산림과 조민호(31) 씨의 아내 유재영(26) 씨가 산림청에서 실시한 전국 산불방지 미담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이번 공모전은 봄철 산불조심 기간 동안 산불예방 및 진화현장에서 겪은 경험담이나 가족들의 이야기 등을 주제로 실시됐으며, 전체 61편의 응모작 중 유 씨의 '풍경화를 그리는 산림화가'가 전국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게 된 것.

조 씨 부부는 지난 2009년 결혼해 돌이 채 안된 딸 윤서(1)와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아내 유 씨는 2년간 산림직 공무원의 아내로 지내면서 남편이 산불방지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하면서 느꼈던 애로사항을 문장으로 승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딸 윤서의 백일잔치 날 산불이 일어났다는 연락을 받은 남편 조 씨가 갑작스레 출동하게 돼 백일잔치가 무산됐던 일을 중심으로 시작된다.

유 씨는 "잔치 준비를 하는데 갑자기 남편이 산불작업을 나가게 돼서 솔직히 너무 속상했지만 나중에는 사이렌 소리만 들려도 너무 걱정됐다"면서 "그 날의 일이 너무 기억에 남아 글로 쓰게 됐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받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부부가 살고 있는 무실동 집 베란다에서 보이는 봄날의 치악산이 처음에는 마냥 아름다운 한 폭의 풍경화 같았지만 남편의 산불출동이 잦아지고 늦은 밤 퇴근은 고사하고 주말근무까지 강행하는 일이 많아 나중에는 치악산의 절경조차 원망스러웠다는 아내.

산불기간이면 한창 신혼을 즐기고 아이의 재롱을 봐도 아까울 시간에 딸아이의 손보다 무전기를 오래 잡고 있는 남편에게 서운하면서도 안타까운 마음이 더 크다고 한다. "남편은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하고 위험하고 험한 일인데도 불평 없이 일하는 모습이 무척 자랑스럽다"면서 "산의 풍경을 보면 하나의 그림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 풍경화를 만들고 지키는 역할이 바로 산림직 공무원인 남편의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제목도 '풍경화를 그리는 산림화가'라고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남편 조 씨는 "다들 놀러 다니는 봄·가을은 산불기간이기 때문에 그 때 놀러가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며 "꽃구경, 단풍구경 한번 제대로 가주지 못해 아내와 아이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남편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 차마 화를 낼 수가 없다. 산불진화현장에서 가장 꼭대기에 올라가 불길을 확인하고 진화작업을 통솔하다보면 불을 끄기 위해 헬기에서 쏟아 붇는 물을 고스란히 맞아야 한다.

유 씨는 "몸도 젖고 연기와 먼지를 뒤집어 쓴 모습으로 퇴근해 곯아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 안쓰럽다"면서 "그러면서도 아이 목욕 시키는 것도 도와주고 아이와 놀아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항상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조 씨는 산불방지 뿐 아니라 병해충방지도 담당하고 있다. 산불방지만으로도 힘들 것 같은데 자기 발전에 소홀함이 없다. 지난해에는 수목보호기술자 자격증을 취득해 좀 더 전문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관내 아파트, 학교 등 관리인들 180여명을 대상으로 조경수목보호 교육에 강사로 나설 정도이다.

조 씨는 "이 일이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일이고 저에게 주어진 일인 만큼 항상 자부심을 갖고 노력하고 있다"며 "혼자서만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주시 산림과 직원분들 모두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항상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편에게 바라는 점은 첫째도 둘째도 건강이라는 유 씨는 "앞으로도 우리 세 식구가 지금처럼 행복하길 바란다"며 "남편 뿐 아니라 전국의 산림직 공무원들 덕분에 우리가 아름다운 '산림풍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것 같다"며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냈다.  　

최윤경 기자 cyk@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