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은 얼큰하면서도 해물에서 우러난 시원한 국물맛에 먹는다. 하지만 살얼음 국물이 시원한 짬뽕을 먹어 본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고급 중화요리점 '봉선루(대표: 이심명)'는 냉짬뽕, 중국식 냉면 등 독특한 메뉴들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어 마니아들의 입이 즐거운 곳으로 입소문이 자자하다.

봉선루를 소개하기 위해서는 이심명(49) 대표에 대해 먼저 이야기 해야만 한다. 남다른 철학과 마인드를 소유하고 있는 이 대표는 화교 2세로 서울과 인천 등 대도시에서 중국 음식점과 호텔 주방장으로 요리 경력을 쌓았고, 지난 2009년 원주로 내려오기 전까지 인천 신포동 차이나타운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음식점을 운영했다. 그러다보니 34년이라는 긴 세월을 중국요리와 함께했던 것. 이 대표는 맛으로 인정받는 식당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안고 치열한 대도시를 떠나 이곳 원주에 정착하게 되었고, 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문위원을 맡아 사회봉사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아무리 바빠도 냉짬뽕, 냉면 등 메뉴마다 육수를 따로 만든다. 냉짬뽕 육수는 고춧가루로 매운맛을 내는 것이 아니라 청량고추를 우려내 칼칼한 맛을 낸다. 굴소스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육수는 살얼음 상태로 만들어 붓고 목이버섯, 게살, 사태살, 양상추, 달걀지단 등 고명을 넉넉히 얹어 푸짐하다.

가게 뒤와 행구동 인근에 이 대표가 손수 가꾼 텃밭에는 상추, 고추, 애호박, 오이, 방울토마토 등 채소들이 풍성하다. 요즘은 밭에서 나온 싱싱한 채소를 재료로 쓰다보니 음식을 만드는 사람도 신이 난다. 물론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 재료들도 많이 있다. 이 대표는 "가격이 비싸더라도 싱싱하고 좋은 재료만 눈에 들어오지 저급 재료를 쓰는 일은 절대 없다"고 자신감 있게 말한다. "가장 빠른 시간에 나와야 하는 음식이 중국요리로 알고 있지만 즉석에서 볶아야 하는 재료들이 많아 사실은 미리 볶아 놓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라며 "어떤 메뉴든 주문을 받은 다음에 볶고 튀기기 때문에 다른 음식점 보다는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중국음식점 군만두는 대부분 만두피가 두껍고 딱딱하기 쉬운데, 이 대표가 직접 빚은 만두로 튀긴 군만두에서는 듬뿍 넣은 부추향이 상큼하다. 만두피 또한 쫀득하니 정성이 가득 들어갔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가끔 어릴 적 먹던 자장면 맛이 그리워 배달을 시키면 몇 젓갈은 맛있게 먹지만 느끼한 돼지기름 때문에 금방 후회를 한다. 물컹물컹 씹히는 비계 덩어리도 비위에 거슬린다. 그런데 봉선루 주방에서 나오는 자장면은 다르다. 살코기만을 사용해 기름이 거의 없다. 그래서 처음 면과 자장을 섞을 때는 뻑뻑한 느낌이 들지만 비위를 건드리는 잡내를 완전히 없애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뜨거운 짬뽕에도 재료가 넉넉히 들어가 짬뽕 본연의 맛인 개운함과 얼큰함이 제대로다.

코스요리로 외식이나 접대를 하고 싶다면 봉선루를 선택하면 후회가 없을 것이다. 메뉴가 다양하고 가격대도 2만원부터 6만원까지 구분돼 있다. 스프·야채·두부·닭고기·돼지고기·소고기·생선류 등 선택의 폭이 아주 넓다.

가게에 들어서면 오른쪽에 설치해 놓은 폐쇄회로TV를 통해 주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식당 위생수준을 높이기 위해 강원도에서 주방을 공개하는 이 제도를 도입했고, 원주에서는 봉선루를 비롯해 모두 4곳이 동참했다. 자장면(4천원), 짬뽕(5천원), 군만두(4천원), 야채 볶음밥(6천원), 잡채밥(7천원), 게살 볶음밥(7천원) 등 다양한 메뉴가 있고, 오전11시부터 오후10시까지 영업한다. ▷문의: 747-8882(봉선루)

임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