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초부터 20여일간 원주에서 펼쳐지고 있는 전국연극제가 지역문화계와 시민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예상밖으로 많은 시민들이 연극을 관람했기 때문이다. 전국연극제 사무국에 따르면 이번 연극제 예상 관람객 수가 3만5천여명으로 예상된다. 전국연극제 관계자들조차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한국연극협회 박계배 이사장은 전국연극제 중 자발적인 관객 참여와 유료관객 수에서 면에서 최고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실제로 공연장은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있는 모습이 연극제 기간 내내 이어졌다. 소극장 공연은 초반에 모든 좌석예매가 끝났고 프리티켓(모든 공연을 볼 수 있는 입장권)을 구입한 사람도 600여명에 달했다. 공연을 보러왔다가 표를 구입하지 못해 돌아간 사람들도 많았다. 원주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들이 연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전국연극계나 지역 문화계 인사들 대부분도 원주에서 열린 이번 전국연극제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전국연극제가 이처럼 예상밖의 성공을 거둔 요인은 무엇일까? 연예인이 대거 출연하는 콘서트도 아니고 일반적으로는 다른 장르에 비해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연극에 많은 시민들이 관심을 보인 것은 의외이다. 100석 미만인 지역 소극장 연극공연도 성황을 이루지 못했던 지금까지 상황을 감안하면 분명 놀라운 일이다. 전국연극제 사무국은 성공요인으로 전국연극제 공연내용을 상세하게 소개한 신문을 대량 제작해 사전에 배포한 것이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또한 문화나눔버스를 운영해 평소 문화공연을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불러냈고, 최다 관람자 등을 대상으로 경품을 내걸어 분위기를 고조시킨 것이 주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연극인들도 전국연극제 성공요인으로 기획력을 꼽았다.

하지만 이번 전국연극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인 가장 큰 요인은 시민들에게 잠재되어 있던 문화에 대한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 대거 선보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공연에 무관심했던 이유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수준 높은 공연이 많지 않았고 그럴만한 장이 펼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국연극제는 원주의 문화예술계에 많은 과제를 안겨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원주를 대표하는 지역축제인 강원감영문화제나 한지문화제 등에도 고민할 거리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뿐만아니라 이번 전국연극제는 원주연극의 발전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숙제를 원주연극계에 남겼다. 자그만치 20억이 투입돼 얻은 결과를 헛되히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보여준 관심과 사랑에도 보답해야 한다.

사전 준비와 노력은 부족했지만 모처럼 얻은 좋은 기회를 놓쳐 버리지 않도록 모든 연극인이 마음을 열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