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원동 박 씨의 뻥 튀기 가게 안은 벽면이 온통 계란판이다. 소음을 줄이기 위해 박 씨가 직접 부착했단다.

대물림 가게를 찾기 힘든 요즘, 평원동에서 아버지가 하던 뻥 튀기가게를 이어서 운영하는 곳이 있다. '한방에 뻥! 매일 튀긴다'는 문구를 써 붙인 가게 문을 열면 벽면이 온통 계란판이다. 소음방지 용으로 박영호(51) 씨가 손수 부착했다. 뻥튀기 기계 두 대가 쉬지 않고 도는데 박 씨는 두 기계를 수시로 터뜨리고 털어내고 또 다른 곡식을 붓고 불을 붙인다. 중간에 압력을 한 번 씩 빼는데 박 씨는 "뭐든 아버지 하시던 옛날 방식 그대로 한다"며 "그래야 맛이 좋다"고 말했다.

안쪽에는 아내의 손길이 분주하다. 뻥튀기를 소쿠리에 담아 먼지 거르는 채에 부어 부스러기를 털어낸 뒤 비닐에 채운다. 아내가 사용하는 도구들은 삼십년 가까이 됐는데, 무거워 불편해도 버릴 수가 없단다. 아버지가 만든 도구가 있는가 하면 뻥튀기를 소쿠리로 모이게 하는 통로는 박 씨가 기계에 맞춰 만들었다.

박 씨가 아내와 함께 뻥튀기가게를 운영한 지는 8년이 됐다. 아버지가 30년간 운영하던 가게다. 박 씨의 부친은 72세까지 기계를 돌리다가 박 씨에게 물려주고 두해가 못 돼 세상을 등졌다.

박 씨는 "처음 물려받을 때는 고민이 많았는데 오히려 아내가 하자고 독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젊어서 직장생활을 했으며, 한 때는 대기업 하청업체 공장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박 씨는 "40대 중반이 넘은 남자들이 돈벌기 참 어려운 세상이다"면서 "나이 들어도 얼마든지 자신감 갖고 할 수 있는 이 일이 만족스럽다"고 한다.

손님은 대부분 부친 때 부터 이용하던 사람들이다. 백발 노인이 쌀 뻥튀기를 만들려고 왔는데, 문도 열지 않은 새벽에 쌀을 두고 갔다고 한다. 가게에는 손님들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데 손님들은 "이 집 뻥튀기처럼 옛날 맛 그대로 맛있는 집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어제는 옥수수, 쌀, 콩 등 곡식 50통이 줄을 서는 바람에 오전부터 쉴 틈이 없었다고 한다. 오후3시가 넘었는데도 부부는 점심을 못 먹었다. 기다리는 사람들 생각해서 서두르다보면 점심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박 씨는 "뻥튀기는 겨울철 간식이라 여름에는 하루 3~4통 밖에 튀기지 못한다"며 "일 년 장사 중 80%가 겨울 한 때 벌이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지금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도 뻥튀기를 찾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나처럼 집에서 해 온 것을 보며 컸던 사람들이 이 일을 이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한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