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 교보빌딩 근처에 있는 옥돌식당은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대형화분 10여 개에서 갖가지 꽃과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정갈하게 자란 폼이 한 눈에 봐도 참 손을 많이 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면 훈장, 대통령상, 공로패, 감사패 등 각종 상패가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다. 상패는 무려 90여 개나 된다. 대부분 고영오 씨(67)가 받은 것이며, 더러 아내인 박순자 여사(60) 공로패도 눈에 띈다.

고 씨는 원주에서 유일하게 원주시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을 2번 역임한 인물이다. 연임이 아니라 공백기를 거쳐 다시 회장에 선임될 정도로 신임이 두터웠다. 강원도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과 새마을운동 중앙회 이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새마을지도자 30년 근속 기념으로 새마을기념장증을 받았다. 철이 들고 난 뒤 평생을 새마을지도자로 활동한 셈이다. 1993년 수상한 대통령상과 2002년 받은 훈장(협동장)도 새마을운동 덕분이었다. 심지어 그의 아내는 남편이 새마을지도자로 전념할 수 있도록 내조한 공로를 인정받아 새마을운동 중앙협의회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까지 했다.

고 씨는 횡성군 서원면 출신으로, 어려서는 4-H 구락부(현 한국4-H본부) 회원으로 활동했다. 젊어서 원주로 이사온 뒤 1978년 한 새마을지도자의 눈에 띄어 중앙동 새마을지도자에 가입했다. 4-H 구락부에서 활동하며 몸에 밴 이타정신은 숨길래야 숨길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때 이후로 새마을 조끼를 벗어본 적이 없다. 실제로 원주에서 활동하는 새마을지도자 중 고 씨가 새마을 조끼를 입지않고 있는 모습을 본 사람이 없다는 것.

사망하면 새마을 깃발로 관을 덮어달라는 유언을 가족들에게 남겼다고 한다. 식당을 하면서 부업 삼아 콜밴을 운전하고 있는데, 콜밴에도 새마을 마크가 부착돼 있다. 이재학(47) 원주시새마을지도자협의회장은 "새마을지도자들 사이에서는 새마을운동에 미친 분으로 통한다"고 전했다. 새마을운동을 위해 태어났고, 새마을운동에 평생을 바친 인물로 통한다는 것.

젊어서는 전파상을 했는데, 제법 돈을 모아 인근에 땅을 샀다고 한다. 그런데 신작로 개설에 이 땅이 포함된다고 하자 대가없이 기증했다. 아내가 새마을운동이라면 지금도 진저리를 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내도 20년 가까이 통장과 반장을 맡은 걸 보면 부부는 닮아간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이현숙 중앙동장은 "중앙동에서 고 씨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은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도로변 가로화단은 물론 공한지 마다 꽃이나 나무를 심었다. 직접 꽃이나 나무를 심는 것도 모자라 묘종이나 묘목을 이웃들에게 나눠줘 동참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학성동에 있는 의병장 이은찬 추모비는 순전히 고 씨 작품이다. 나무를 심고, 잡초를 뽑고, 휴지를 줍는 등 추모비 관리를 전적으로 도맡아 하고 있다.

그러나 고 씨는 인터뷰를 극구 거절했다. 대가를 바라고 한 것처럼 비춰지는 게 싫다는 이유였다. 함께 식당을 방문한 이현숙 중앙동장의 거듭된 요청에도 막무가내로 손사래를 쳤다. 그에게 새마을운동이 갖는 의미를 한마디만 해달라고 간청했다. 돌아온 답은 "근면, 자조, 협동을 모두 실천하면 모두가 잘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가 중앙동에 심은 나무 중에는 고 씨만 아는 근면나무, 자조나무, 협동나무가 있다고 한다. 　

이상용 기자 sylee@wonju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