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는 최근 570만원을 투입해 중앙시장에 보안등 72개를 달아줬다. 그런데 아직도 보안등은 켜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계량기 설치비 36만원 때문이다. 중앙시장 상인들은 계량기 까지 시예산으로 해결해 달라는 것이고 원주시는 계량기는 상인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단돈 36만원 때문에 보안등을 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중앙시장은 상인들이 소유하고 있는 개인재산이다. 그런데 시장 내부가 어둡다고 우리가 낸 세금으로 보안등을 달아줬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다. 그런데 상인들은 한 술 더떠 계량기를 달아 달라고 한다. 입주해 있는 상인들끼리 분담하면 1만원도 안되는 금액까지 예산으로 해 달라는 것이다. 상가가 어두우면 자기 돈을 써서 등을 다는 일반 상가 상인들이 들으면 어이가 없어 말이 안나올 얘기다.

중앙시장 상인들의 후안무치한 행동은 이뿐이 아니다. 최근 원주시는 2억3천만원을 들여 중앙시장 소방설비 설치공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물탱크를 설치할 장소가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상인들에게 장소 제공을 요구했지만 모두가 자기 가게 앞은 안된다고 버티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 재산을 화재로부터 보호해 주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투입하고 있는데…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그뿐아니다. 상인들이 주로 사용하고 있는 화장실도 2천500만원을 들여 개보수해 줬다. 중앙시장 상인들을 어떻게 이해할지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재래시장 지원방식을 바꿔야 한다. 재래시장 지원은 대표적인 밑빠진 독에 물붓기 사업이다. 지난 2003년부터 작년까지 재래시장에 쏟아부은 예산만 132억여원에 달한다. 그런데 나아진 것이 없다. 이유는 딱 한가지다. 상인들이 자구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이다. 재래시장을 살려야 한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조건 지원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그동안 원주시가 지원한 사업를 보면 주차장 조성, 비가림시설 설치, 화장실 개보수, 외벽 및 간판정비, 안전감시요원 배치 등 하나같이 상인들 자체부담으로 해야하는 일이다.

중앙시장 상인들 중 상당수는 상당한 재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재래시장 살리기라는 명분 뒤에 숨어서 잇속만 챙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앙시장 문화의 거리 조성사업이 완료되기도 전에 건물 소유주들이 임대료를 올리는 게 재래시장 지원사업의 현주소다.

따라서 지금처럼 퍼주기식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만 부추길 뿐이다. 예산지원을 한 뒤에는 그에 따른 효과를 검증하고 선택과 집중방식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구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 올린 시장은 계속 지원하고 효과가 없는 시장은 시장 논리에 맡겨 퇴출시켜야 재래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