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가 김문기 전 상지대 이사장과 아들인 김성남 구택건설 대표이사를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선관위에 따르면 김 전 이사장 부자는 국회의원 16명에게 7천여만원의 정치후원금을 기부했다. 그런데 문제가 된 것은 이 후원금이 김 전 이사장이 회장으로 있는 빌딩 법인자금과 구택건설 법인자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에는 법인 자금으로 후원금을 제공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김 전 이사장 부자가 불법 정치자금 을 제공해 고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학분쟁조정위원회가 지난해 상지학원을 구재단에 넘겨준 결정이 로비와 관련이 있는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김 전 이사장 부자로부터 정치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중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이 3명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돈을 건넨 시점도 지난해 12월 전후로 당시는 국회 교과위가 상지대 문제를 놓고 청문회를 개최한 직후이다.

현재 김 전 이사장 측은 후원금 제공에 따른 청탁 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돈을 건넨 국회의원들의 면면이나 제공시점을 놓고 보면 상지대 복귀를 위한 도움을 받기 위해 제공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이번에 문제가 된 후원금이 전부는 아닐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중앙언론 보도에 따르면 후원금을 받은 국회의원 대부분이 누군지 모르고 받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구재단 복귀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전방위적 로비를 했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검찰은 정치후원금의 대가성 여부, 또다른 후원금 제공여부, 국회의원 이외에 사분위나 교과부 관계자에 대한 로비 여부 등 폭넓은 수사를 통해 김 전 이사장이 상지대 복귀를 위해 로비를 벌였는지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

상지학원은 지금 사분위가 구재단 복귀에 손을 들어 주면서 혼란에 빠져 있다. 때문에 수사결과에 따라서는 상지대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도 있다. 상지대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번 사건이 상지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철저한 수사와 사분위 결정 취소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학분쟁조정위원회도 이번 만큼은 올바른 결정을 해야한다.

설령 검찰이 대가성 여부를 밝혀내지 못하더라도 법인자금으로 후원금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라면 불법을 저지른 김 전이사장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한 결정은 무효화 해야 한다. 부정입학 문제로 사법적 처리를 받아 재단 이사장에서 물러났던 김 전이사장이 또다시 불법을 저질렀는데도 이를 묵인한다면 사분위 역시 로비를 당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교과부나 정부도 이명박 대통령이 주장하는 '공정한 사회' 건설을 위해서라도 공정하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결정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