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빼놓지 않고 즐겨보는 텔레비전 예능 프로그램이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아마추어를 상대로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국내는 물론 중국, 미국, 캐나다에서 참가한 12명의 예선 통과자들이 경합하며 매주 두 명이나 한 명씩 탈락되면서 최종 일인자를 가려내는 프로그램이다.

출연하는 순수 아마추어들의 기성가수 뺨치는 노래실력이 놀랍기도 하지만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로음악인 다섯 명 심사위원의 독설에 가까운 날카롭고 전문적이며 정곡을 찌르는 지적과 이렇게 지적된 단점을 어떻게든 고치고자 노력하며 변화하여 살아남으려는 출연자들의 치열한 태도에서 보여지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고 신선하다.

또 다른 하나는 이미 일류가수로 정평이 나 있는 전문가로서의 기성가수 일곱 명이 매주 주어진 조건에 맞는 노래를 불러 그 중에서 꼴찌 한 명을 가려내 탈락시키고 탈락된 그 자리에 새로운 프로가수를 합류시키면서 다시 경쟁을 이어나가는 프로그램이다. 전문가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잔인한 생존게임이기에 이들이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 모든 기득권을 포기한 상태에서 순수한 아마추어의 자세로 처연하리만큼 절실하게 부르는 노래는 시청자인 우리에게 전율을 느끼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이 두 프로그램이 여러 가지 이야기 거리를 만들어내면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물론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원인도 있겠지만 아마 시청자의 역할과 기능을 새롭게 부여한 까닭이 아닌가 한다.

전문가들인 심사위원들의 권위 있는 평가와 이에 따른 결과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아마추어인 시청자들은 단순한 구경꾼이 되는 것이 보통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 다섯 명의 냉철하고 전문적인 평가들은 역설적으로 너무 객관적이어서 시청자인 일반 대중에게 판단의 기준을 제공하는 지침이 되었고 이런 전문가들의 평가에 동의를 하거나 부정하면서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에 적극 소통하는 참여자로 기능할 수 있게 하였다는 사실이다. 다섯 명 심사위원의 전문적인 평가를 30점만 반영하고 과감히 아마추어인 일반 시청자의 평가를 70점으로 하여 시청자를 구경꾼이나 방관자가 아닌 제일 중요한 평가 주체가 되도록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이미 기성가수로서 일가를 이루고 있는 내로라하는 전문가 일곱 명이 부르는 노래를 순수 아마추어인 오백 명의 청중평가단의 평가에 의해서 등수가 매겨지고 꼴지를 가려내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서 시청자들을 아마추어로서의 단순한 관망자가 아닌 전문가로서의 최고 심사위원의 반열에 위치시켜 프로그램의 주체이자 적극적 참여자로 기능하게 하며 소통의 중심에 서게 하였다는 것이다.

지방자치의 현실도 이런 예능프로 같았으면 참 좋겠다. 프로그램을 제멋대로 짜고 석연찮은 심사평을 통해 일방통행식 결정을 하면서 시청자를 방관자 또는 구경꾼으로 전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 소통을 통해 프로그램의 주체로서 기능하며 프로그램의 종결자가 되는 이런 예능 같은 지방자치는 언제쯤 실현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