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40년 동안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퇴임한지 20여 년이 지났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니 벌써 몇 번 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교육 현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없어 이 글을 쓰면서 붓대가 잘 안 돌아간다. 왜냐하면 젊은이들이 쾌쾌묵은 전 근대적 뜻으로 받아들일까 두려운 마음에서다. 그러나 이 뜻을 잘 추려서 의미있고 마음에 닿는 대목이 있어 내 것으로 받아들여 행동에 바람직한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인간으로서 가장 부끄러운 것은 날로 새롭게 바람직한 변화가 없는 일이라 하였으며, 제자리를 답보한다든지 혹은 퇴보하는 것을 인간의 수치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을 맞이했다. 학교마다 스승의 노래가 울려퍼진다. 하늘도 강물도 산도 그리고 마음도 마냥 푸르른 싱그러운 5월이다. 장래 이 나라에 쓸모있는 일꾼을 길러내기 위하여 눈물과 땀을 흘리면서 현장에서 또는 지난 날의 은사를 회모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어느때 보다도 간절하다.

항간에 '오늘날 부모다운 부모가 어디 있으며 스승다운 스승이 또한 어디 있으며 제자다운 제자는 제자는 더욱 어디에 있느냐'라고 서슴치 않고 말하는 사람들이 눈에 띤다. 참 한심스런 일이다. 사제간 맺어진 정은 천은이건데 학생들의 은사에 대한 폭언 혹은 폭행 등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이 자주 신문지상에 보도되고, 선생님들의 사랑의 매가 오도돼 징계위에 회부되는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왕왕 여론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 말이다.

본인은 교단 생활을 통해 인연을 맺은 30·40대 또는 70·80이 넘은 제자들이(선영, 혜자, 영애, 명순 등) 40년이 넘도록 매년 스승의 날이면 찾아와서 큰절을 하고 봉투도 내어놓고 옛날 이야기로 하루를 보낸다. 제자들은 스승에 대한 은혜를 되새기고, 40여 년간 교원으로 생활했던 일들이 생애를 통해 영광으로 생각돼 제자들에게 고맙기 한이 없다.

교원의 참 기쁨이란 첫째 가르쳐서 이해하고 행하였을 때, 둘째 바르고 잘 살아서 사회에 쓸모있는 사람이 되었을 때, 셋째 매사에 떳떳하게 성공했을 때이다. 교육은 국운을 좌우하는 근본이다. 가르치는 선생님, 배우는 학생, 그리고 낳아 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 사회인 모두 교육자가 되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며 이 나라 장래를 위한 국운을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 모두 하나되어야 한다.

나를 사랑과 매로 가르쳐 주신 스승이 모두 고인이 되셔서 이 세상에 한 분도 없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옛 스승이 그립다. 암만 고함을 쳐 불러도 대답이 없다. 단 한분이라도 생존해 계신다면 얼마나 기쁠까. 간밤 꿈에는 어려서 나를 엄하게 길러주신 고 김현구 선생님이 나타나 내 앞날을 염려해 주시니 사제간의 끈끈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하늘나라에 계시면서까지 사랑을 베풀어 주시니 그 은혜 태산같다.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 다 기록할 수 없는 그 크신 선생님의 은혜 어찌 말로 표현하리요. 생전에 주신 교훈한 구절이 생각난다. '아이를 사랑하거든 매를 많이 주고 미워하거든 먹을 것을 많이 주어라' 인아다봉증아다여식여(燐兒多棒增兒多與食與)라 하였다.

오늘날 사람 되라고 혹 사랑의 매와 벌로 왈가왈부하며 학부모와 선생님간 상상치 못할 불화가 벌어지고 있으니 안타깝다. 우리 교육 삼락회에서는 먼 앞날까지 제자들로 하여금 은사님의 사랑을 회모하는 마음을 길러주기 위해 가칭 '원주교육 순직자 위령비' 건립을 준비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