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서 있는 나무들이 작은 숲을 이루고 그 숲을 따라 냇물이 흐른다. 냇물 소리를 들으며 조금만 걷다보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황토집이 나온다. 나즈막한 천정 때문데 더 정겨운 이곳 '신촌막국수(대표: 최덕희)'에 처음 와 본 사람은 "아니, 이런 곳이 있었어?" 라며 놀란다.

음식을 먹으러 왔다가 보물섬이라도 발견한 것 처럼 기분 좋아지는 이곳에선 입과 눈, 귀, 마음이 모두 즐겁다. 연두 색 어린 잎들이 쑥쑥 자라 푸른 물을 올리고 담장 밖으로 흐르는 냇물 소리와 새소리에 귀를 기울여도 좋다. 날씨 변화가 심한 요즘 한 낮엔 무더운 여름이었다가 저녁이 되면 쌀쌀한 기온이 밀려오고, 비가 내리는 날은 장마 때의 기분에 젖기도 한다. 신촌막국수에선 더위를 달래줄 시원한 막국수,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면서 먹어도 좋을 옹심이 메밀국수, 야들야들한 메밀전에 치악산 막걸리까지 두루 구색을 갖췄다.

푹 다린 사골의 구수함과 동치미 국물의 시원함을 조화롭게 접목시킨 막국수 육수는 순전히 최 대표의 작품이다. 채소 손질이나 반죽, 육수 등 음식이 손님 상에 나오기까지 전 과정에 최 대표의 세밀한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메밀반죽으로 뽑아낸 생면은 곧바로 끓는 물에 삶아 식힌 육수를 붓고 푸짐한 고명을 얹는다. 더 이상 말이 필요없을 정도로 간이 잘 맞는다. 비빔막국수는 국물을 생략하고 최대표가 만든 과일소스와 채소, 고명으로 새콤달콤하게 비비면 입안에 착착 붙는다. 좋은 고춧가루를 사용해 신선하고 칼칼하다. 최 대표는 "가게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여러가지 메뉴를 할 생각이었는데 모두 정리하고 최고의 막국수 전문점으로 거듭나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감자를 갈아 앙금을 내리고, 갈린 섬유소와 가라앉은 앙금을 다시 반죽해 옹심이를 빚는다. 메밀면으로 뽑은 칼국수를 감자 옹심이와 함께 삶아 옹기 전골에 푸짐하게 담아 나온다. 감자와 메밀이 만들어낸 구수한 국물에 쫄깃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인 감자 옹심이와 메밀 칼국수는 요즘처럼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엔 절로 생각난다.

보기좋게 차린 편육도 인기 메뉴다. 된장을 풀어 간간하게 삶은 돼지고기는 맛깔스런 갈색빛이다. 반듯하게 올린 쌈채소도 정갈하고 신선하다.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최 대표 가족은 가을이면 김장을 담가 땅 속에 묻는다. 시원한 백김치는 칼칼한 비빔면과 함께 먹으면 그만이고, 푹 익은 김장김치로 부친 메밀전에 막걸리 한 잔으로 회포를 풀어도 좋다.

시원한 곳이 그리운 날이 오면 마당에 꾸며놓은 원두막에 둘러 앉아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동그랗게 만든 원두막엔 40명이 앉을 수 있어 단체 모임이 있을 때 예약하면 안성맞춤. 따끈한 아랫목이 생각나는 날엔 군불로 지펴놓은 찜질방으로 들어가면 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 떨기 딱 좋은 분위기다.

관설동 관설초등학교를 막 지나면서 입간판을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기와가 올려진 담장 너머로 '신촌막국수'가 보인다. 오전10시부터 오후10시까지 문을 열며 주차장이 널찍하다. 메뉴는 물막국수(6천원), 비빔막국수(6천원), 편육(2만원), 옹심이메일칼국수(6천원), 메밀부침(5천원)이 있다. ▷문의: 761-5454(신촌막국수)

임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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