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골목으로 유명한 신림면 황둔·송계마을에 유독 눈에 띄는 가게가 있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내고향베트남쌀국수'가 그 주인공.

황둔마을의 쟁쟁한 찐빵가게들 사이에서 전혀 뒤지지 않는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매일 장사진을 이룬다. 평일에는 50~60그릇의 국수가 팔리고 주말이면 100여명의 손님이 찾을 정도이다. 가게 옆에는 아시아 식품·잡화점도 운영해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쌀국수집은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작았다. 20평 남짓한 공간에 테이블은 5개 밖에 없었다. 메뉴판에는 쌀국수, 월남쌈, 베트남 만두 짜조 등 베트남 현지 음식이 적혀 있고, 4천~5천원의 저렴한 가격이 눈에 들어온다.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젊은 여사장이 반긴다. 예상외의 인물이었다. 베트남에서 시집온 판진하(28) 씨가 사장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젊은 나이인 데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판진하 씨는 "20살 되던 해인 2003년에 원주에 왔어요. 처음엔 말을 알아들을 수 없고, 시골마을이라 한국어를 배울 만한 곳이 없어 고생을 많이 했죠. 벌써 원주에 시집온 지 8년이 흘렀네요. 2년 전부터 이 가게를 운영했는데 베트남 음식과 문화를 알릴 수 있어서 매우 기뻐요."라고 말했다.

판진하 씨는 2009년부터 식당을 운영했다. 지금은 지역주민은 물론 타 지역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가게 문을 열기까지는 많은 고충을 겪었다. 남편 황동현(52) 씨의 사업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 콜밴·택시기사 일을 했던 황 씨는 기사 생활을 접고 황둔마을에서 슈퍼마켓과 낚시용품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가게가 생각 만큼 잘되지 않아 빚은 늘어갔고, 두 딸은 나이가 차면서 돈 들어갈 일이 많아지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중 떠오른 것이 베트남 쌀국수 가게였다. 판진하 씨가 베트남 요리 솜씨를 살려서 낚시용품점 대신 식당을 열자고 가족들에게 제안했다. 남편 황 씨는 "처음에 아내가 베트남 쌀국수집을 열겠다고 했을 때 베트남 음식이 시골마을엔 생소한 것이었고, 혹시나 실패했을 경우 빚이 더 불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반대했다"면서 "남편으로서 잘해준 것도 없는데 이렇게 자리잡기 까지 노력한 아내가 무척 자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집안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두 딸을 잘 키워낸 자랑스런 아내다"라고 추켜 세웠다.

판진하 씨의 가게에는 또 한명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바로 판진하 씨의 어머니 느엔티넉(66) 씨다. 원래 판진하 씨는 베트남에서 어머니와 여동생까지 세식구가 살았었는데 2년 전 동생 판서여(26) 씨가 용인으로 시집오면서 어머니 느엔티넉 씨가 한국을 자주 왕래하며 딸들을 돕고 있다.

판진하 씨는 "2년 전부터 어머니가 가게를 도와준 덕분인지 더욱 맛있는 국수를 만들 수 있게 됐고, 베트남에 있으면 홀로 외로우셨을 텐데 함께 지낼 수 있어 무척 기쁘다"고 말했다. 느엔티넉 씨는 "딸이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국땅에 와서 처음은 어려웠겠지만 지금 이렇게 자리잡고 일하는 딸이 무척 대견하다"고 말했다.

판진하 씨는 "묵묵히 뒷바라지 해주는 남편에게 늘 고맙고, 딸 유리, 유나에게 자랑스런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6월에 원주시내로 이사 갈 예정인데 그곳에서 더욱 맛있는 음식을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싶다"고 했다.

판진하 씨의 가게는 판부면사무소 맞은편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6월 7일 개업을 목표로 건물 리모델링 공사를 하고 있다.

박동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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