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는 어린이 날이 있었다. 황사가 지나간 5월의 햇살은 따사로웠고 가볍게 스치는 바람은 싱그럽고 상쾌했다. 모처럼 외출에 갓 돌 지난 딸아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아빠에게 햇살 머금은 환한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불과 하루가 지난 다음 날 한동안 잠잠하던 일본발 방사성 물질이 한반도에 유입되고 있다는 소식이 인터넷 상에 올라왔다. 달갑지 않은 비마저 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결코 인체에 유해한 수준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이런 현실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한 상황이 부모의 입장에선 불안하고 안타깝다.

원자력 발전은 위험하다. 굳이 과학적 지식을 동원하지 않아도 한국의 원자력 발전소들이 모두 서울에서 먼 곳에 건립되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그 위험성은 충분히 입증된다. 혹자는 높은 부동산 가격 때문에 서울 근교에 설립되지 못할 뿐이라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발전소를 수십년간 운영하면서 서울까지 전기를 공급하는 가운데 누수되는 어마어마한 전력량과 그 비용을 계산한다면 그 말은 적절한 해명이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체르노빌 원전은 강력한 폭발 이후 10일 내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다. 그럼에도 그로인한 후유증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강도는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말하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계속 진행 중이며 아직도 그 끝은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세계적인 경제대국이자 기술강국인 일본은 그들이 주창해온 것과 달리 북한 핵이나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에 의해서 무너지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늘 반복되어왔던 자연재해와 그 결과 최고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자랑해온 그들의 원전시설이 하루아침에 제어불가능한 상태로 전락하면서 전후 최대의 위기 앞에 놓인 것이다.

일본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여진은 계속되고 있고 원전의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그것은 국가 경제 전체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본에 여전히 구체적인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는 시가현이 있다.

1960년대 말 천혜의 생태계를 지니고 있던 지역에 원전이 유치되는 것을 막아내고자 지역 전체의 에너지전환, 삶의 양식을 바꾸어 인간과 자연의 공존공생의 사회를 만들어낸 직접적 경험이 그들에게 존재하고 있다.

시가현 주민들은 원전을 반대하려면 자신들 스스로가 원전이 생산하는 에너지에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들은 시가현 환경생협을 만들고 폐식용유를 모아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기 시작하였다. 모든 경작지에서 유채꽃을 이모작으로 재배하고 유채유와 폐식용유를 정제한 바이오 디젤로 학교버스와 농기계를 운행하였다. 학교버스 뒤에서는 매연 대신에 튀김냄새가 났고 아이들이 재미로 버스를 따라다니는 진풍경이 연출되었다.

집집마다 태양열 발전시설을 갖추고 주방에서는 합성세제 대신에 비누나 친환경 세제를 사용하였다. 일본 최대의 호수 비야코는 1급수로 살아났고 유기농업으로 농가는 풍족해졌다. 마을에는 청년들이 돌아와 폐교가 다시 문을 열었다. 오늘날 시가현의 모델은 일본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일본은 머지않아 원전으로부터 서서히 해방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최문순 도지사는 삼척의 원전유치를 분명하게 반대하였다.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하지만 반대만으로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이제 우리는 강원도의 시가현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