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이 친근하게 만드는 힘이 마술의 매력. 즐거워 하고 신기해 하다 보면 서로가 행복해"

"실크스카프가 제 손에서 딱딱한 지팡이로 바뀌고 입속으로 들어간 화장지 뭉치에서 종이 테이프가 줄줄 나오는 걸 보면 아이들의 입에서 탄성이 저절로 터져나오죠."

매주 금요일 원주평생교육정보관에서 마술공연을 선보이는 전임선(73) 씨는 2년의 짧은 경력이지만 열정적인 공연으로 어린이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고 있다.

전 씨는 4~5년 전 부터 이웃들을 위한 반찬배달을 하는 봉사활동을 시작했지만 평범한 봉사활동 보다는 행복을 전하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며칠동안 고민 끝에 마술공연을 해보자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고 한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몰라하던 차에 우연히 정선군에 있는 마술빌리지를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을 보고 출연자에게 연락을 했다. "막상 마술을 배우려고 하니 막막하긴 했는데 때마침 인근 지역의 마술학교를 알게 되어 며칠동안 마술을 배웠죠."

간단한 마술을 터득한 뒤에도 지역 대학에서 운영하는 평생교육원 마술교육과정을 이수하고 마술사를 초빙해 좀 더 어려운 기술을 요구하는 마술을 배웠다. 능숙한 마술 공연이 가능해 지자 마술공연을 요청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현재는 매주 봉산동의 가톨릭사회복지관과 원주평생교육정보관을 찾아 마술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아주 세련된 마술은 아니지만 제가 보여주는 마술쇼를 보며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저도 항상 웃음을 짓게 됩니다. 제가 선보일 수 있는 마술은 대략 25가지 정도가 되는데요, 대략 1시간 안에 모든 기술을 보여드릴 수 있습니다."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봉사활동이지만 가끔 마술공연을 보는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마술 자체를 보면서 즐거움을 느끼고 행복해 하면 좋겠지만 주변에서 마술에 대한 시선이 좋지 않은 경우에는 회의감이 들기도 한다. "제가 보여드리는 것은 마술공연입니다.

마술이 펼쳐지는 시간에는 즐기고 웃고 신기함을 간직하는 선에서 공연을 보면 좋은데 제가 보여드리는 기술을 눈속임이라면서 가볍게 대하시는 분들이 가끔 계셔서 속상할 때도 있습니다."

전 씨는 65년 원성군청에서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67년 당시 국가직 공무원을 선발하는 총무처 시험에 합격해 우체국에 근무했다. 이후 1982년 체신업무와 통신업무가 분할되면서 한국통신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 96년 횡성전화국장을 마지막으로 퇴임했지만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퇴임하던 날에 맞춰 남원주신협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일할 정도로  일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제가 96년 12월 31일에 퇴임하고 그 다음날부터 7년간 신협에서 근무했습니다.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사장직 제안을 받고 바로 출근을 했죠. 그 덕분인지 수동적으로 하는 일보다는 능동적으로 나서서 하는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전 씨가 마술을 배우고 나서 가족들에게 인기좋은 할아버지가 됐다. 할아버지가 펼치는 마술쇼를 보기위해 멀리 떨어져 사는 손자 손녀들은 명절을 손꼽아 기다릴 정도다.

"마술 덕분에 인기만점 할아버지가 됐죠. 식구들 사이도 더욱 돈독해 졌어요. 마술이라는 것은 사람사이를 아주 친근하게 만드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즐거워 하고 신기해 하다 보면 제가 보여주는 마술이 서로를 행복하게 해주는 마법을 부리니까요."

전 씨는 기회가 된다면 마술분야에서 고난위 마술로 분류되는 비둘기 마술을 배우겠다는 각오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마술공연을 보여주고 있지만 하루에도 몇시간씩 연습을 하고 머릿속에서 마술공연을 되새기면서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앞으로 원주의 마술 할아버지로 이름을 날리고 싶습니다. 제가 보여주는 마술을 보는 아이들의 반응이 너무 좋고 마술을 하고 있으면 제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무료하게 노년을 보내는 것보다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전 씨는 마술 공연을 찾는 곳이면 언제라도 달려갈 자세가 되어 있다고 한다. 아이들과 함께 마술 할아버지가 보여주는 공연을 보고 싶다면 매주 금요일 오전 원주평생교육정보관을 찾으면 된다. 가족은 윤희연(72) 씨와 1남 2녀. 

이혜원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