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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참여예산제, 건강하게 성장해야
2011년 04월 25일 (월) 박수영 가톨릭농민회원주교구연합회 사무국장 wonjutoday@hanmail.net
   

우여곡절 끝에 원주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가 통과되었습니다. 주민 역할과 참여 의미가 축소된 반쪽짜리 조례라는 일부의 평가가 있습니다만 주민 누구나 참여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고, 예산편성과정에서 예산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 조례에 의해 제출된 의견은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어 기초적인 주민참여 목적은 달성했다고 보입니다.

필자는 조례 제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었고 주로 듣고 정리하는 입장이라서 논쟁거리를 생산하지는 않았지만 이후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날 것이라 예견되는 몇 가지 부분에 대해서, 또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원주시민 모두의 지혜로 건강하게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을 함께 담아 봅니다.

첫째, 주민참여예산제도의 유형(학자들의 주장은 다를 수 있음)은 크게 정부주도형, 민관협의형, 주민주도형으로 나눌수 있습니다. 현재 원주시는 조례로만 보았을 때 정부주도형과 민관협의형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이 제도를 정부주도형에서 민관협의형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요소가 <재정 정보의 공개>입니다.

특히 재정 정보 공개는 결과 공개만이 아닌 예산편성과정의 공개가 중요합니다. 재정 결과는 지금도 공개하고 있지만 편성과정에서는 아직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산편성과정에서 어떤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 것인가가 논쟁거리로 나타납니다.

둘째, 우리의 재정제도는 지방예산 편성은 지방정부가 심의, 의결은 지방의회가 하도록 하고, 지방정부의 예산집행에 대해 지방의회가 결산 및 회계 감사하는 이원적 체계로 재정권을 배분해 재정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민이 편성한 예산을 집행할 경우 발생할 책임소재가 조례에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물론 조례로 명문화하기 매우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제도 운영과정에서 조차 위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절차적 합리성, 제안 내용의 타당성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후 책임소재에 대한 공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때 검토 주체가 지방정부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통제 기제가 작용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시민참여와 통제의 적정선에서 절차적 합리성과 내용적 타당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가 논쟁거리로 나타납니다. 물론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행정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지방자치에서는 주민의 에너지가 최고의 효율을 가지기 때문입니다.

셋째, 조례 내용이나 시민참여 보장 정도로 보았을 때 장기적인 안목과 발전방향에 따른 예산편성이 아니라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예산책정안이 제시되거나 도입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굳어지면 주민의견 반영이라는 당초의 취지가 아닌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위원들의 이익반영과 몇 가지 아이디어 제시 등으로 나타나 결국 제도가 왜곡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 도로 건설이나 SOC 투자 제안을 많이 해서 부동산가격을 높이는 등의 역기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예산안 책정에서 예산위원들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규칙(우선순위 결정기준 등)이 필요한지가 논쟁거리로 나타납니다.

이상에서 말한 것처럼 정보 공개 내용과 방법, 운영과정에서의 절차적 합리성, 공공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규칙 등의 문제가 제도 운영과정에서 나타나리라 예상되며 이와 관련한 논쟁 또한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생산적인 논쟁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원주시에서 처음 실시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마치 길과 같습니다. 길은 처음부터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 곳으로 걸어갔기에 자연스럽게 길이 됐습니다.

모처럼 실시되는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원주시민들의 많은 참여를 그리고 시 공무원들의 열린 마음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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