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원주시의회는 원주푸드 종합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원주시가 제출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을 조건부로 의결했다. 원주푸드 종합센터가 민간경제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된다는 조건이다. 원주푸드 종합센터가 전처리센터와 가공센터를 설치해 학교급식을 공급할 경우 기존 급식 남품업체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급식을 납품하고 있는 업체들이 대부분 소규모 업체들인데 공공목적으로 건립한 원주푸드 종합센터가 이들 시장을 침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에서 보면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러나 원주푸드 종합센터가 원주푸드 인증이나 유통 활성화 등 정책적인 부분만을 담당하도록 하는 것은 당초 설립취지와 맞지 않는다.

원주푸드는 로컬푸드 운동으로 원주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원주에서 소비하자는 것이다. 지역 농민들은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고 소비자들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확보하자는 것인데 정책수립만으로 이같은 목적을 달성하기는 쉽지 않다.

원주푸드 종합센터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 지역에서 생산하는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인증과 소비자들이 주로 소비하는 농식품에 대한 수요조사와 공급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주 사업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통과정에 직접 참여하지 않고서는 원만한 시스템 구축이 쉽지 않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따라서 로컬푸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번에 시의회에서 논란이 된 전처리센터와 가공센터는 불가피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대신 초기에는 전처리나 가공하는 농산물의 범위를 민간부분에서 이윤이 많지 않아 다루지 않는 농산물로 한정해 운영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민간 사업자들이 유통마진을 지나치게 높게 책정해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고 판단되는 농산물 또는 가공식품이 있다면 원주푸드 종합센터에서 직접 가공해 시장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원주푸드 종합센터의 주사업을 담당할 사회적 기업을 육성해 학교급식을 책임질 수 있도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미 원주에는 사회적기업인 '친환경급식 맞두레'가 학교급식을 납품하면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원주푸드 사업이 민간 사업자들의 밥그릇을 빼앗아서도 안되겠지만 지역 먹거리 시장에서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는 역할이 제한을 받아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애써 농산물을 생산하고도 제 값을 받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원주푸드가 해야할 일이다.

친환경급식 맞두레가 32개 품목을 대상으로 조사한 원주의 식량 자급율은 50% 정도다. 자급률을 더 높이고 농민들이 안심하고 생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통시장 개입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