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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 1급 불구 직접 농사지은 쌀로 이웃 도와
보건복지부장관 표창받는 원호일 씨
2011년 04월 18일 (월)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
   
▲ 원호일 씨와 부인 서명자 씨.
   
▲ 원호일 씨와 부인 서명자 씨.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시각장애 1급이라는 절망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같은 처지에 놓인 시각장애인들을 돕는 이가 있어 화제다.

주인공은 지정면 신평리 원호일(54) 씨. 지팡이에 의지한 채 벼농사를 지어 지난 2005년부터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원주시지회 등에 기부해 온 것. 지정면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7년 600㎏, 2008년 1천㎏, 2009년 500㎏, 2010년 1천120kg의 쌀을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원 씨의 선행과 장애극복 사례는 입소문을 타고 정부에까지 알려지게 됐고, 18일(오늘)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수상자로 선정됐다. 보건복지부가 올해 1월부터 처음 실시한 '이달의 나눔인'으로 선정돼 전국 20명의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원 씨는 "과거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기초생활수급자로 살면서 나라에 신세를 졌던 경험이 있어 꼭 보답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협회 임원으로 활동할 때 언젠가 한 장애인의 집을 방문해 밥을 얻어먹은 적이 있는데 정부에서 싸게 구입한 쌀로 지은 밥은 왠지 내가 농사지은 쌀로 지은 밥과 달랐다"면서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내가 농사지은 햅쌀을 선물하고 싶어 시작하게 됐다"고 전했다.

수상 일주일을 앞둔 지난 12일 원 씨 집을 방문했다. 원 씨의 집을 찾아가니 목청 좋은 반려견이 제일 먼저 알아보고 주인에게 손님이 왔음을 알린다.

원 씨는 "중도실명하신 아버지로부터의 유전 때문인지 젊었을 때부터 시력이 좋지 않았다"면서 "직장에 다닐 정도의 시력은 됐는데, 언젠가부터 앞이 흐려지기 시작하더니 98년 갑자기 아무것도 안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원 씨는 젊었을 때 중화요리 전문점에서 일하기 시작해 주방장에 오르기 까지 10년 넘게 조리사로 일했다. 하지만 요리를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나빠져 직장을 옮겼고, 92년부터 98년까지는 문막의 한 바이올린 공장에서 근무했다.

시력을 잃게 된 후인 99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원 씨는 "과거 직장생활을 할 때도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새벽과 밤에 농사일을 했기 때문에 일하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이 마을이 고향인데다 경험 덕분인지 머릿속에 새겨진 지도를 따라다니면서 일했다"고 전했다.

원 씨는 주로 벼농사를 짓고 있다. 벼농사는 여름철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 중 하나인데 원 씨는 손의 감각만으로 잡초를 구별한다고 한다. 보통 벼 잎에 붙은 이슬은 손에 안 달라붙고 떨어져 내리는데 잡초에 내린 이슬은 손에 그대로 묻어난다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했다.

늘 원 씨 곁을 지키며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내고 있는 부인 서명자(54) 씨도 입을 열었다. 서 씨는 "앞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서 다리가 부러지고, 어깨뼈가 부서지는 등 크고 작은 사고를 겪어야만 했던 남편을 볼 때면 너무 마음이 아팠다"면서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술에 취하고, 폐인이 돼서 삶의 의욕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일 텐데 남편은 그 모든 것을 극복하고 일어섰다"고 말했다. 이어 "악조건에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남편이 너무나 멋지다"고 말했다.

원 씨는 "내 뒷바라지에, 직장생활에, 농사일까지 가족을 위해 헌신한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을 위해 앞으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당당히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박동식 기자 dspark@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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