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전체에 걸려 있는 수많은 현수막이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법현수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본지는 도시미관을 해치는 불법현수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2주에 걸쳐 집중취재했다. 취재를 통해 우리는 불법현수막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시민의식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과 조례에 따르면 원주시가 도심 곳곳에 설치해 놓은 지정게시대 이외에 걸려 있는 현수막은 대부분 불법이다.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홍보하기 위해 자기소유 건물에 걸어 놓은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다.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이마트 정도로 대규모 건물만 걸 수 있다. 그것도 창문을 가리면 안된다든지, 지상에서 4미터 이상에 설치해야 된다든지 규정이 까다롭고 숫자도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시민들 중 건물에 걸려 있는 현수막이 불법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시민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원주시 관련 부서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지만 사실상 법 적용을 포기하고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법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법대로 적용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저항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보니 위반정도가 심한 것만 단속하는 선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는 없다. 법에 문제가 있다면 상위법을 개정해서라도 준엄하게 법집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다. 그렇다고 법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은 물론 동남아 국가들도 우리나라처럼 무분별하게 현수막이 걸려 있는 나라는 없다. 따라서 현수막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정책 방향은 잘못됐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시민정서상 원칙대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단계적으로 적용범위를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기관이 불법현수막을 게시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공공기관이 불법을 저지르면서 시민들에게 법을 지키도록 요구할 수는 없다. 일부 도시에서 하고 있는 것처럼 도로변에 공공 목적을 위한 현수막 게시대를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일관된 단속행정이다. 단속인원 2명으로는 뿌리 깊이 박혀 있는 현수막 문화를 바로잡기 어렵다. 공익요원이든 공공근로자든 충분한 인원을 투입해 불법현수막을 걸기가 무섭게 제거한다면 길거리 현수막만은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현수막 실명제를 도입해 불법현수막을 걸면 제작업체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일부 지자체에서 이미 하고 있는 방식이다. 현수막 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지속적인 홍보와 공감대 형성 노력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