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지방자치제가 부활한지 2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20년 동안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이후에 지방의 재정자립도가 현저히 낮아졌다고 합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춘천 52.4% → 29.5%, 원주 54.6% → 30.7%, 강릉 46.3% → 23.1%라고 합니다. 강원도 재정자립도도 31.6%에서 21.4%로 낮아졌다고 합니다. 80% 가까운 재정을 중앙정부로부터 지원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지방재정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나빠지고 있는 이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참으로 힘들고 어려운 시절입니다. 그렇다고 시 공무원들이 새로운 사업을 안 할 수도 없고, 기존 해오던 사업을 줄이거나 없애기도 쉽지 않습니다.

시의원님들 역시 삶의 현장 찾아서 열심히 다니시다보면 돈 달라는 곳 많이 보실 것입니다. "우리는 돈 주는 곳이 아니라 돈이 제대로 쓰여지는지 심의하고 의결하는 곳"이라 이야기해도 주민들은 "그것 하나 해결하지 못하냐?"고 말들 하시죠.

그럴 때 무척 답답해 하셨을 것입니다. 시장님도 원주시 가용예산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아시고 세입 늘리기 위해서 고생하신다고 이야기 듣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2011년 현실입니다.

이럴 때 지혜를 맞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주민들의 참여를 통한 이야기를 많이 들어야 합니다. 시장님도 저 두꺼운 원주시예산서를 다 보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시의원님들도 자세히 다 들여다 볼 수가 없다고들 하십니다. 그런데 그 속에 들어있는 원주시 1년 예산이 무려 7천 억 가까이 됩니다. 다 우리들이 내는 세금입니다. 그래서 낭비되는 예산은 없는지 잘 지켜봐야 합니다. 정말 필요한 곳에 사용되는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요즈음 다들 힘들어합니다.

사는 게 팍팍하다고 합니다. 가정문제도, 어르신들 문제도, 아이들 교육과 청소년들 문제도, 청년들 일자리 문제도, 젊은 사람들의 결혼과 출산 문제도, 장애인이나 이주결혼여성 등 우리 주위의 약자들 문제 등등 다 우리지역 사회의 문제입니다. 모두 꺼내놓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논의하고 합의하고 조정해야 합니다. 그런 것을 하자고 하는 것이 '주민참여예산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참여 기회를 갖게 하고(인원 수), 동네에서부터 의견수렴하고(지역회의),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이야기를(연구회) 듣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정리해서 공무원들과 예산편성주민위원회는 함께 예산편성을 합니다. 시장님은 최종 결재합니다. 시의원님은 심의·의결하는 것이 지방자치요 풀뿌리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여기에 예산편성주민참여위원회와 시의회가 갈등할 이유가 뭐 있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독일 리히텐베르그시의 크리스티나 엠리크 시장님이 하셨다는 말씀으로 저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정당 간의 권력 관계는 항상 변할 수 있다.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에 중요한 것은 정당 간 권력관계가 아니라 주민들이다. 주민들을 위해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를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주의 사회에서 옳은 일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을 정치에 반영하는 것이며, 주민들도 이를 잘 안다.

주민들은 누가 자신들을 위해 일하고 정의를 실현하려는지 잘 안다. 나 자신도 특정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만, 그것이 주민들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 따라서 이런 문제에 있어서는 정치적 상황만으로 결정할 수 없고,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

각 의원들은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 주민들을 대표한다. 따라서 이들이 주민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