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기업 22곳이 1조원이 넘는 성과급을 지급해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다. 212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들이 1인당 평균 1천500만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줬다니 서민들 입장에서 보면 머리가 띵할 지경이다. 이들 공기업은 사실상 국민 세금으로 설립됐고, 이들이 쓰는 돈도 국민들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빚을 져도 파산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회생시켜 주게 된다.

이들이 이렇듯 세금을 제 돈 쓰듯하는 것은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공무원이나 공공적 일을 하는 집단들이 세금을 제 돈 주무르듯 하는 것을 수없이 보아 오고 있다. 그 때마다 속이 끌어 오르지만 힘이 없는 게 죄라고 자책하면서 가슴을 쓸어 내려 왔다. 그렇다면 원주시 공무원들은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규모가 적고 정도가 심하지 않을뿐 세금을 내 돈처럼 벌벌 떨면서 사용하지는 않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이번 신문에 보도하는 재래시장 관련 보도에서도 이런 사례를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평원로에 들어선 전통시장 공용주차장은 원주시 예산 34억원을 들여 조성한 것이다. 중심지역에 있는 재래시장이 주차불편 때문에 활성화가 되지 않는다고 해서 만든 것이다. 그런데 8개월이 지나도록 이용률이 50%도 채 되지 않는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결과만 놓고 보면 땅은 그대로 있는 것이니 이용률은 내 알바 아니니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만일 자기 돈으로 주차장을 조성했다면 그렇게 했겠는가?

투자비용에 대한 이자를 생각하면 어떻게 하든 이용률을 높이려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할 것이다. 세금 4억5천만원을 들여 만든 단구시장 비가림시설도 마찬가지다. 상인들에 따르면 2006년말 완공후 비가 새는 바람에 4차례 보수공사를 했지만 무상보수기간이 지나도록 보수를 못했고, 결국 상인들 자부담으로 또 보수공사를 할 계획이다. 만일 자기 돈을 들여 만들었다면 거액을 들인 시설이 문제가 있는데도 손 놓고 있을지 궁금하다.

물론 공공기관이 성과급 잔치하는 것과 비교하면 빙산에 일각에 불과한 일이다. 하지만 추워서 벌벌 떨면서도 돈 몇 만원 아끼자고 보일러를 끄는 서민들처럼 세금을 쓰자는 취지에서 보면 문제가 있다. 자기 주머니에 있는 돈은 아까워하면서 행정행위를 하면서 낭비되는 돈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공직사회 분위기가 달라질 수는 없는 걸까. 시민들을 위해 잘하려고 하다 판단 실수로 세금을 낭비하는 것까지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 돈이라면 못하는 일을 세금이니까 아까워하지 않고 펑펑 쓴다면 그 금액이 작더라도 엄청난 빚을 지고도 성과급 잔치를 벌이는 공기업과 다를 게 없다. 비록 공기업 직원들만큼 많은 연봉을 받고 있지는 못하지만 세금만은 알뜰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원주시 공무원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