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걷기도시이다. 세계걷기연맹이 공인하는 국제걷기대회가 원주에서 열리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걷기운동을 하는 인구가 여타 도시들보다 많고 관심도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원주에서 걷기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것은 상지대 체육학과 교수이자 (재)대한걷기연맹 이사장으로 있는 이강옥 교수가 일등공신이다.

이 교수는 20여년전 부터 걷기운동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노력을 기울였고 세계걷기연맹이 공인하는 대한민국 걷기대회를 원주로 유치해 15년째 이끌어 오고 있다. 이 교수는 이같은 공로로 2009년 원주시민대상 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원주시는 (재)대한걷기연맹에 지원하던 연맹운영비와 원주국제걷기대회 행사 지원비 중 일부를 올해부터는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강원도 비영리법인 감사와 원주시 감사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드러나 시정을 요구했지만 연맹측이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주시가 걷기연맹에 요구한 것은 이사회 구성 및 운영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사장과 부이사장이 퇴진하고 이 교수 측근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지역인사들을 포함해 재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걷기연맹은 몇차례 원주시와 의견 조정끝에 예산 지원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이같은 결정은 겉으로 보면 예산 지원을 받지 않고 자립경영(?) 하겠다는 것이어서 어떤 면에서는 바람직한 결정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이 이사장을 포함한 일부 관계자들이 국제걷기대회와 걷기연맹을 원주시민 모두의 자산으로 생각하지 않는데서 나온 것이라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국제걷기대회를 유치해 원주를 걷기도시로 만들고 걷기연맹을 설립한 것은 일부 사람들의 헌신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난 15년간 원주시로부터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성장했고 시민들이 함께 키워 온 결과물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원주시도 원주를 걷기메카로 성장시킨 일등공신을 운영상 문제가 있다고 해서 사퇴를 전제로 개선을 요구한 것은 사려 깊었다고 할 수 없다. 또한 명분만을 내세워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는 것은 시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해결방법은 문제의 본질을 분명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하는 것이 걷기운동을 활성화하고 지금까지 쌓아온 걷기도시의 저력을 확대 재생산하느냐에 있다. 우선 원주시는 연맹운영이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을 전제로 이사장의 즉각사퇴 요구를 철회하는 등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반면에 걷기연맹은 지역사회 인사들을 대거 이사진에 참여시켜 문제소지를 없애고 시민과 함께 키워가는 걷기연맹과 국제걷기대회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