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보상태에 빠져 있던 최규하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고 한다. 재경 출향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최규하 전 대통령 기념사업회가 기념사업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와함께 원주시도 올해 예산에 기념사업회 창립총회 예산 2천만원을 책정하는 등 행재정적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최 전 대통령에 대한 기념사업은 2000년에 시작됐다. 당시 지역인사 중심으로 기념사업회를 구성하고 전시관과 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려 했지만 일부 반대여론이 형성되면서 중단됐다. 이후 잠잠하던 기념사업 추진은 2008년 최 전 대통령 유허비(遺墟碑) 제막식을 계기로 재개되는 듯 했지만 이 역시 탄력을 받지 못했다.

최 전 대통령 기념사업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은 대통령 재임기간이 8개월밖에 되지 않는데다 권한대행 성격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하다보니 특별한 치적을 남기지 못했고 퇴임 이후 신군부 집권과정에 있었던 뒷얘기들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국민들의 지탄을 받은 것이 기념사업 추진인사들의 발목을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최 전 대통령이 퇴임한지 20년이 지나도록, 서거한지 5년이나 되도록 기념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은 공과를 떠나 역사의 기록이자, 한 도시의 자부심을 높이고 역사의 산 교훈을 보여주는 일이라는 점에서 필요한 사업이다.

특히 최규하 전 대통령은 청렴하고 검소한 생활로 공직자의 사표가 될 수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점에서 장기간 답보상태에 있던 기념사업이 활기를 띠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현재는 출향인사들이 앞장서고 있지만 지역인사들도 가세해 시민적 공감대 속에 추진해야 한다. 또한 원주시도 민간에게만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지원해 또 다시 답보상태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2년전 문화재청은 '서교동 최규하 대통령 가옥'을 문화재로 등록했고 서울시는 서교동 가옥을 매입, 기념전시관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원주에서 배출한 최규하 전 대통령 기념관이 원주가 아닌 다른 도시에 있는 것은 어느모로 보나 맞지 않다.

현재 원주역사박물관에는 최 전 대통령 유족에게 넘겨 받은 유품 1천여점이 보관돼 있다. 기념관이 없다보니 수장고에 보관돼 있는 상태다. 우선은 유품을 전시할 기념관만이라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올해 정부는 전직 대통령 기념사업 관련예산으로 120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최규하 대통령 기념사업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오는 10월이면 최 전 대통령이 서거한지 5년이 된다. 더이상 미뤄지는 것은 원주의 자존심의 문제다. 논란이 있다면 여론조사를 해서라도 모두의 관심 속에 추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