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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자 씨, 석사모 쓰는 노점상
"돈 벌어서 머릿속에 넣었죠"…나물·뻥과자 팔며 주경야독
2011년 02월 14일 (월) 이혜원 객원기자 wonjutoday@hanmail.net
   
 

처음 노점상을 하는 50대 여성이 대학원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을 당시만 해도 남편의 도움이나 장성한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학교를 마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막상 주인공을 만났을 때 인생의 선택을 해야했던 순간마다 열심히 살아온 이야기에서 그녀의 진심이 느껴졌다.

상지대 평화안보대학원에서 상담학과 석사학위를 받는 강화자(58) 씨는 사회에 진출했을 당시 초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였다. 횡성군 서원면 광동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집안형편이 어려워 서울에 올라가 식모살이도 하고 공장에서 일하며 청소년기를 보냈다.

20살이 넘어서는 고향으로 내려와 동생들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자취를 하며 살림을 도맡아 했다. 37살이 되던 해 여동생이 학교를 졸업하자 사무용기기 영업일을 시작했다. "지금도 사무기기 영업에 여성을 채용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질 못했어요. 그 당시에도 파격적인 채용 사례였는데, 제가 근무한 사무실 사장님께서 영업에 부진했던 남자사원들에 질려서 저를 채용하셨죠." 영업을 하면서 생활은 나아졌지만 배움이 짧다는 콤플렉스를 이겨내기가 쉽지 않았다.

관공서에만 들어가면 괜히 주눅이 드는 자신을 보며 배움에 대한 의지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 "전봇대에 붙어 있는 야학 전단지를 보고 배워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직장을 병행하기 어려워 그만두고 산에서 나물을 뜯어다 길에서 팔면서 다녔습니다."

처음 1년간은 횡성 민족사관고등학교 학생들 지도를 받아 매주 일요일마다 영어, 수학, 과학을 배웠다. 그리고 당시 여성회관 검정고시반을 다니며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공부를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았어요. 야학에서도 수업을 따라가질 못하니까.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건너 건너 듣고 오기가 생겨서 새벽3시까지 수학문제와 씨름을 했습니다." 배워야겠다고 마음 먹고 나서 예전에 식모살이 하던 집 주인 부부가 해준 말이 떠올려졌다고 한다.

"의사 부부셨는데요. 제가 초등학교만 나온걸 알고 영어책을 사다주고는  매일 한시간씩 영어를 가르쳐주셨어요. 그리고 꼭 나중에라도 공부를 마치라고 그러면 꼭 쓸데가 있을거라고 용기를 주셨죠. 그분들이 저에게 해주셨던 말과 행동들 때문에 더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는지도 몰라요.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는데, 제가 이렇게 학업을 이어갔다는 소식을 알려드렸으면 좋겠어요."

어렵게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나서는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주변에 물어보니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수능시험을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그렇게 수능시험을 치르고 정식으로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야간부에 합격했다.

"2004년도에 입학 했어요. 입학은 했지만 혼자몸이다 보니 등록금이나 책값도 다 벌어서 다녀야 했기 때문에 낮에는 상지대 정문 앞에서 뻥과자 장사를 했죠. 당시 상지대 송정부 교수님이 많이 팔아주셨는데, 당신도 일본 유학시절 라면 한개를 4등분해서 4끼로 나눠 먹은 고생담을 말씀해 주시면서 학업에 매진하라고 용기를 주셨어요."

강 씨는 지제장애 6급으로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이다. 5살 무렵 사고로 다리 한쪽에 장애를 입어 학비를 마련하는 것도 큰 부담이었다. "학교 장학금과 장애인 장학금 덕분에 등록금 30%를 감면받아 그나마 숨통이 트였죠.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을 때 경제적 사정도 녹록치 않아 망설였는데 대학 친구들이 설득하더군요.

대학원 졸업까지 3천만원이 넘는 학비가 들었는데, 주변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저에게 3천만원이 있으면 도둑이 훔쳐갈까봐 그걸 제 머릿속에 다 집어넣었다구요. 그러면 사람들이 너무 즐거워들 하세요."

강 씨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던데는 주변 친구들의 도움도 컸다. 이천에서 학교를 다녔던 직장인 학생은 학창시절 내내 강 씨의 노트와 볼펜을 책임져 줬고 홍천의 장애인시설에 근무하는 학교 동기는 노점에서 일할 때 입으라며 털잠바와 솜바지를 선물하기도 했다. 1952년생인 강 씨 친구들은 배우고 싶어도 못배운 한이 많다고 한다.

"저희 세대는 좀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받쳐주질 못했죠. 제가 살아온 이야기를 가감없이 이야기 하는 것은 저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제 사연을 듣고 용기를 내서 도전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과정은 어려워도 이겨내면 정말 행복하거든요."

앞으로 상담전공을 살려 청소년상담사와 같은 상담직으로 일하고 싶다는 그녀에게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아주 딱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혜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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