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선의원이 14명이나 돼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하지만 타지역 모범사례를 발췌해 공부하고 선배의원 입장에서 코치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고 핸드폰 통제 등 규칙을 정했는데 잘 따라 주셨어요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 구성 상시 활동/시책사업 비밀리 진행…사전 협의 바람직

시의장을 맡으신 지 6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어떠셨습니까.

먼저 초선의원 14명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의원 뱃지를 처음으로 달게 되면 권위를 부리게 마련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권위가 몸에 배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저부터 권위주의를 깨기 위해 노력했어요. 저는 생활정치를 강조하고 있는데 생활정치라는 게 말은 쉽지만 실천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권위와 연결되기 때문이에요.

생활정치를 위해 의원들이 매일 경로당, 마을회관, 동네체육시설을 둘러보고 실태를 파악하고 있는데 저는 이런 활동이 바로 주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민과의 소통에서 권위가 빠지면 바로 생활정치로 연결됩니다. 그런 점에서 지난 6개월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임기가 4년이지만 경험에 의하면 정말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전반기 2년입니다. 처음과 같은 자세로 일관되게 초심을 유지하면 남은 2년도 성공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지만 초심을 잃으면 후반기 의정활동은 실패할 수 밖에 없어요.

민주당과 한나라당 의석수가 동수여서 의회 운영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처음에는 갈등이 있었어요. 의장 선거부터 불이 붙었는데 저는 걱정하기보다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11:11은 주민들께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에요. 종전 의회가 여당 일색이었다가 이번에 여야가 동수를 이룬 것은 주민들로부터 나온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뜻에 따라 일하면 됩니다. 주민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에 여야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전혀 문제될 게 없기 때문에 자신이 있고, 무엇보다 제가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의회 정례회에서 가장 보람을 느낀 것은 무엇이었습니까.

의정활동의 꽃은 행정사무감사인데 초선의원이 14명이나 되다보니 저는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는 행정사무감사 전에 국회 전문의원 초빙해서 강의하는 것으로 준비를 했었는데 사실상 별 효과는 없었어요. 그래서 방법을 고민하다가 전문위원들을 시켜 전국 지방의회의 모범적인 행정사무감사 사례를 발췌해 의원들에게 나눠주고, 추가질의 요령 등은 선배의원 입장에서 제가 의원들에게 자세하게 코치했습니다.

또한 행정사무감사 만큼은 의원들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우리들 자세를 바로잡는 일에도 노력했어요. 행정사무감사 중에 전화를 받는 모습이 보기에 안좋아 위원회 사무실 외벽에 의원들 휴대폰 거치대를 설치했고, 의석을 벗어나는 일도 자제하기로 했습니다. 1천400명이나 되는 원주시 공무원을 22명의 의원이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하기란 사실상 어렵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 의원들간 서로 도우며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도록 했어요. 우리가 나름대로 정한 규칙을 의원들이 잘 따라줘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또 제가 직접 위원회 감사장에 들어가 질의를 했는데 국회 전문위원에게 물어봤더니 의장이 직접 행정사무감사에 참여한 전례는 없다고 하더군요. 표결권은 없지만 의장이 행정사무감사에 참가하는 것이 위법은 아니라고 해 초선의원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본보기도 보일 겸 해서 직접 참여했습니다.
　
예결위원들이 예산안 계수조정 과정에서 예결위원 지역구 예산을 챙긴 것이 도마에 올랐었는데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법은 없는지요.

편성권은 집행부에 있기 때문에 의회에서 증액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그러나 집행부와 의회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와 타협입니다. 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민원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은 반드시 개선돼야 겠다고 마음먹었던 것들이 있었어요. 경로당, 마을회관, 동네체육시설 중 일부는 예산을 들여 개보수가 절실했는데 이번에 예결특위에서 증액을 요구한 정도의 금액은 사실 집행부 측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할 수 있다고 봐요.
　
바람직한 시의회와 집행부의 관계설정을 위해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예산 편성권은 집행부에 있지만 결정권은 의회에 있습니다. 그런데 결정권자를 거수기 정도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질 때가 종종 있어요. 시장이 시책사업 진행하는 과정을 보면 비밀리에 움직입니다. 어떤 때는 담당과장이 모르게 진행되는 사업도 있더라구요. 시장이 누구와 협의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우리도 신문 보고 원주시 신규사업을 알 때가 있어요.

집행부와 의회가 소통해야만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함께 책임질 수 있는데 주민들은 일 터지면 의회가 감시기능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고 저희를 나무랍니다.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에요. 정기적인 간담회나 비공개 간담회를 활성화 해서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올해 원주시의회가 중점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회 운영계획은 무엇입니까.

기업형 수퍼마켓 진출로 재래상권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어요. 농업분야도 구제역으로 인해 축산농가의 기반이 와해될 정도로 어려운 실정입니다. 원주시의회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구도심의 재래상권 활성화와 농업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려고 합니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 지역에 있는 영세점포 등에 대한 특별지원방안을 원주시와 협의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축제나 행사도 재래상권과 농촌경제가 활성화되도록 운영방식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의회의 기본 책무라고 볼 수 있는데 효율적인 견제와 감시에 관한 구상이 있으십니까.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는 기본이고 더 나아가 주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데 지금 실시하고 있는 행정사무감사는 단 일주일에 그치기 때문에 의회에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하기가 힘들어요. 얼마 전 강원도 시군의회 의장단 회의에서도 얘기했는데 행정사무감사를 10일로 늘려야 합니다. 또 세비도 법으로 정해달라고 건의하기로 했고,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화 노력도 계속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지금 의회사무국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원주시 인사발령에 따라 언제 본청으로 돌아갈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소신껏 일하기가 힘들어요.

준비하고 있는 게 있는데,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입니다. 6월 행정사무감사 이후에 특위를 구성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려고 해요.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주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라고 봐요. 특위가 구성되면 연중 감시활동이 가능해집니다.
　
새해를 맞아 시민들에게 덕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신묘년 새해에는 우리 원주의 지역경제가 활성화돼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복된 한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원주시의원 22명 모두는 32만 시민 여러분을 위해 더욱 낮은 자세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맡겨주신 소중한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대담: 오원집 편집국장·정리: 이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