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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밴드 락패밀리-평범한 아줌마들 '행복한 반란'
창단 8년만에 행사 섭외 1순위 '인기짱'
2010년 12월 27일 (월) 이혜원 객원기자 wonjutoday@hanmail.net
   

"도레미 위치밖에 몰랐는데…이젠 눈빛만 봐도 호흡 척척"
"락 패밀리는 세상과 소통창구, 가족들도 '광팬' 적극 지지"

원주에 기혼여성들로 구성된 밴드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살림만 하던 여성들이 뭘 하겠다고? 2002년 원주시청 여성정책과에서 음악활동을 할 주부들을 모아 밴드를 만들 당시만 해도 얼마나 갈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8년이 흐른 지금, 아줌마 밴드 락패밀리는 새로운 멤버를 보강하고 실력 있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분수대 오거리 인근의 지하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경쾌한 음악소리가 귓전을 울렸다. 합주가 시작되면 눈빛으로 연주할 타이밍을 주고 받고 보컬까지 가세하자 금세 프로 못지않은 연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락패밀리 창단멤버로 8년째 드럼자리를 지키고 있는 신명옥 씨는 밴드가 결성되고 처음 3년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 "당시 주위분들의 우려가 커서 밴드를 계속 해야할지 갈등이 많았죠. 모두가 처음이라 갈등도 있고 성향이 다른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맞춰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힘든시기를 견뎌내고 보니 이제 락패밀리는 제 삶의 일부분이 되었죠"

락패밀리는 정부 행사부문에서 가장 많은 섭외 러브콜을 받는다고 자부한다. 희귀성 때문인지 지난 10월에는 한달새 6번의 행사를 소화할 정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빳다. 신명옥 씨는 "여러명이 연주하다보니 멤버들이 연주하다가도 실수할 경우가 종종있는데요. 연습량이 많아서 그런지 틀린부분을 관객이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갈 정도로 호흡이 좋은편이에요"라고 은근히 멤버들 화합을 자랑한다.

일주일에 3번, 한달이면 30시간 넘게 멤버들이 모여 연습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이웃사촌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팀에서 보컬을 맡고 있는 남희정(39) 씨는 원주교육문화센터 강좌에서 신명옥 씨와 인연을 맺게 되어 락패밀리에 1년 6개월 전 합류했다. 대학에서 밴드활동을 하다가 원주에 정착한 뒤 직장을 다니면서도 밤이면 라이브카페에서 노래 아르바이트를 할 정도로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솔직히 가정생활과 밴드일을 같이 한다는 게 부담은 되지만 무대에 섰을 때 즐거운 표정의 관객들을 볼 때 가슴이 벅차죠. 새로운 무대에 서서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락패밀리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네자녀의 엄마 안윤혁(48) 씨는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락패밀리 활동을 지지했을 정도로 가족들의 응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태교로 장구도 쳐보고 학창시절에는 피아노도 배웠을 정도로 악기는 두루두루 섭렵해 봤어요. 육아와 살림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풀 데가 없었는데 락패밀리가 세상과의 소통창구가 되어줬죠. 덕분에 아이들과의 사이도 더 돈독해 졌어요"

초창기 멤버로 활약하다 시어머니 병수발로 잠시 락패밀리를 떠났던 세컨키보드 오영실(46) 씨는 건반에서 도레미 위치만 알고 있을 뿐 악기를 다뤄본 적이 없는 왕초보였다. "직장생활 없이 결혼하고 살림만 하다 보니 아이들이 더 제가 취미생활을 갖길 원했어요. 처음 건반을 잡았을 때는 곡 하나 소화하기 힘들었는데 초창기 고생한 보람이 있는지 수월하게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늘었죠. 염려반 걱정반으로 지켜보던 남편도 가정일에 소홀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자 지금은 락패밀리 광팬이 되었을 정도로 가족들도 적극 지지해 주고 있어요"

메인 키보드를 맡고 있는 안상예(41) 씨는 원동에서 성모피아노를 운영하며 1인 3역을 거뜬히 소화해 내는 커리어우먼. 맡은 일을 야무지게 해내는 편이라 처음 락패밀리에 합류했을 때도 가족들이 별다는 걱정을 하지 않았을 정도란다. "개인적으로 피아노 공부를 따로 하고 있어요. 학원 운영에 살림에 락패밀리까지 정말 하루하루가 눈코뜰새 없어 몸이 열개라도 바쁘긴 하지만 사람들이 좋고 멤버간 호흡이 좋아서 연습에 거의 빠지지 않는 편이에요."

팀의 맏언니 김정자(51) 씨는 통기타를 배우러 음악원에 왔다가 일렉기타로 팀에 합류한 케이스다. 25년 가까이 시부모를 봉양하고 양계장을 운영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묵묵히 해오다 1년 3개월전 락패밀리와 인연을 맺었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다보니 식구들이 그간 고생이 많았다며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시작해 보라고 적극 밀어줬어요. 그러다 어렸을 적부터 노래하며 기타를 치고 싶다는 가슴속 소망을 실천에 옮겼죠. 지금은 연주하는게 너무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전공하지 않았을까 생각할 정도랍니다"

락패밀리 멤버들의 공통된 희망이 한가지 있었다. 모든 밴드가 지향하는 놀라운 실력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멤버 모두와 가족들이 건강하길 바란다는 것이었다. 다 같이 건강해야 팀 활동도 지속할 수 있고 락패밀리의 명성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인터뷰를 거의 끝마칠 즈음. 사진촬영을 위해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여 포즈를 취하자 한 멤버가 팔짱을 끼려는 옆사람에게 멀리 떨어져 줄 것을 요구했다. 이유는 너무 바빠서 3일간 머리를 감지 못해 냄새가 난다는 것. 아줌마가 아니면 서슴없이 나올수 없는 말에 모두들 배꼽이 빠질 정도로 웃으면서 락패밀리가 지니고 있는 매력을 평범한 말 한마디에서도 흠뻑 느껴볼 수 있었다.  

이혜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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