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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마을 탐구 2부: (26)귀래면 운암1리(너더리 마을)
자연마을을 찾아서
2010년 12월 20일 (월) 장시우 객원기자 wonjutoday@hanmail.net

   
▲ 경순왕이 온다는 말을 듣고 마을 사람들이 앞내에 널판으로 다리를 놓았다고 해 '너더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배추·콩으로 농가소득…도로 개통은 큰 타격
부녀회원 사물놀이팀, 마을주민 기대 한 몸에

운남1리가 있는 귀래면으로 가려면 30분가량 소요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길을 나섰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1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귀래-매지간 새 도로가 개통되면서 시간이 반이나 단축되었다.

원주에서 귀래로 넘어가는 옛길은 구불구불한 고갯길이었다. 새 도로가 개통 되면서 시내로 나가는 길이 넓어지고 빨라져 마을 사람들이 여러모로 더 편리해졌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운남1리 박광현 이장(59)의 이야기로는 도로개통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운남1리는 대부분의 주민이 농사를 짓기는 하나 주상복합건물에 거주하면서 상업을 주업으로 생활하는 탓에 도로가 생기면서 상권이 다 죽어 주민들이 타격을 입으면서 문을 닫는 상가가 하나 둘 늘어간단다. 새 도로가 생긴 것은 분명 좋은 일이긴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운남1리는 귀래면에 있다. 귀래(貴來)라는 지명은 귀한 이가 온다는 의 미이다. 지명대로라면 귀래로 들어서는 사람은 스스로 귀한 이가 된 듯한 착각에 빠지지 않을까? 운남1리는 백운산 남쪽에 있다고 해서 운남리(雲南里)라고 불린다. 귀래면 남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충북의 엄정면, 서쪽으로 주포리, 남쪽으로는 갈미봉 줄기를 경계로 하여 충북 충주시 엄정면, 북쪽으로는 운계리와 접해 있다.

운남1리는 귀래면의 면소재지이다. 그래서 귀래면의 면사무소, 파출소, 우체국, 농협, 중학교, 초등학교 등의 기관이 있다. 1989년 복지회관 운영 강원도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농촌 잘살기 운동'을 대표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박광현 이장에 따르면 운남1리에는 258명의 주민이 살고 있으며 남녀의 성비는 비슷하고 노령인구는 주민의 30% 정도가 된다.

다른 마을에 비하면 비교적 젊은 층의 주민들로 구성이 되었지만 초등학교나 어린이집 인원이 점점 줄어드는 것을 보면 저출산과 더불어 농촌인구의 고령화 벽을 피해갈 수는 없는 것 같다.
 
너더리 마을

마을노인회관에 마침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점심을 들고 있었다. 마을 어르신들은 늘 회관에 함께 모여 점심을 지어먹는다고 한다. 메뉴는 김장김치와 김칫국, 동태찌개와 장아찌였다. 시장이 반찬이고 좋은 사람과 함께 나누는 밥상이라면 더 이상의 진수성찬은 없을 것이다.

조경수(71) 총무로부터 마을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운남1리는 판교 또는 너더리라 불린다. 너더리는 널다리가 변한 이름으로 신라 경순왕이 미륵산으로 향할 때 마을 사람들이 널빤지로 다리를 만들어 건널 수 있도록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용마산 전설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지금의 귀래중학교 자리에 얽힌 용마산 이야기가 있는데 옛날에 귀래중학교 자리를 용마산이라 불렀다고 한다. 용마산 옆 황무지에 한 천석꾼이 살았는데 집안에 찾아오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다고 한다.

그 천석꾼의 며느리는 손님이 너무 많아 손님 수발에 힘이 들고 귀찮기 짝이 없었다. 하루는 한 스님이 시주 왔는데 며느리가 시주를 하면서 제발 손끝에 물이 마르게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스님은 이 황무지를 다 논으로 만들면 손에 물이 마를 것이라고 하면서 거기에 논을 만들려면 물을 끌어와야 하고 물을 끌어들이자면 산 중턱을 끊어서 수로를 내라고 하였다.

그 며느리가 산 중간 허리를 끊어서 수로를 내고 나니까 용마가 잔등이 잘려서 그 천석꾼은 망하게 되었고 자연히 손님도 끊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그 자리에 중학교가 들어서고 산의 중간 허리는 길이 났다. 길 밑에는 아직 샘이 있는데 물이 진흙물이고 그 진흙물이 용마의 핏물이라고 전한다. 그냥 두었으면 아마 용마가 나왔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임경업 장군

용마산은 산 모습이 말과 같아서 용마산이라 불렀단다. 말머리가 있고 잘록한 곳은 말 안장을 놓던 곳이고 그 곳에 산소를 썼기 때문에 3국충신 임경업 장군이 태어나게 되었단다. 임경업 장군이 중국에서 공을 세우고 거기에 붙들려간 조선여자들을 데리고 오려고 했는데 나라의 사람들은 여자들을 데리고 오면 그 여자들이 중국에서 한 일이 탄로 나고 그것이 나라망신이라고 생각해 임경업 장군을 죽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마을 구심점 귀래중학교

귀래중학교는 황재석(79) 옹이 마을에 중학교가 없어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후학을 위해 사재를 털어 1970년에 건립했다고 한다. 학교를 세울 당시 안말에서 학교까지 밥을 지어 머리에 이고 날랐다는 안주인의 고생담을 며느리인 변영순(42) 씨가 들려주었다.

지금 황재석 옹은 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을 만큼 거동이 불편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 학교를 건립할 당시 돌을 들어 나르며 공사를 도왔던 만큼 마을 주민들이 학교를 생각하는 마음은 각별하다. 현재 30여명의 학생들이 수학하고 있는 귀래중학교는 여전히 마을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고 마을 주민이, 부모가 학교의 선후배가 되는 사이다 보니 마을 분위기야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 도로개통으로 원주시내에서 귀래면까지 15분이면 갈 수 있다.

배추·콩 품질 인정받아

운남1리는 여느 시골마을이 그러하듯 조용하고 별일 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원주시내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새 도로가 생겨 상권이 휘청거리는 위기를 맞고 있다. 새 도로가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마을 주민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자 한다. 기울어가는 마을을 위해 뭔가 새로운 일을 찾아 고전 하던 끝에 '귀래면종합개발사업'을 금년 초부터 준비했다고 한다.

원주권에서 지역적으로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농업기술센터와 협력 아래 건설팅업체에 의뢰해 절임배추와 김치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귀래 배추가 달고 맛있다는데 착안한 사업으로 마을주민들은 배추농사에 주력하고 농사지은 배추로 절임배추와 완성김치를 생산해 판매 수익을 올린다. 올해도 귀래면 일대에는 많게는 한가구에서 1만 2천포기의 절임배추를 판매할 정도로 절임배추 판매량이 많았고 절임배추 판매로 가계소득을 높인 농가가 많았다고 한다.

또한 질 좋은 콩을 이용한 청국장과 된장을 생산·판매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내년 2월에 선정 발표할 종합개발사업이 확정될 경우 명실상부한 발효마을로 거듭 날 것으로 보여 마을 주민들이 이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 부녀회원이 모여서 만든 사물놀이팀. 매주 두 번 모여 연습을 한다.

마을주민들의 기쁨 '사물놀이팀'

마을 부녀회 중심으로 운영하는 사물놀이 팀이 있는데 처음에는 의용소방대원 주축으로 귀래초등학교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일부로 연습을 시작했다고 한다. 박송자(53) 사물놀이팀 회장에 따르면 40~60대 여성들로 구성된 17명의 회원이 매주 2회 소방대 건물에서 연습을 하고 있으며 화요일엔 단원들이 자체 연습을 하고 목요일은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는다. 소방대에서는 장소를 제공하고 귀래초등학교 지원과 한 독지가의 경제적후원을 받아 경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한다.

상쇠를 맡고 있는 권미영(43) 총무는 "한바탕 두드리고 나면 그간 쌓인 스트레스가 풀려 힘든 집안일을 해도 힘든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귀래사물놀이'라는 팀 이름을 붙이고 마을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실력을 갈고 닦고 있다. 지난 면민체육대회에선 그간의 기량을 뽐내며 실력을 발휘했다. 내년 정월대보름에는 귀래면 소재 14개 마을을 돌며 풍물을 칠 예정이어서 마을주민들이 사물놀이팀에 거는 기대가 대단히 크다고 한다.

   
▲ 농한기엔 매일 노인회관에 모여 점심을 함께 먹으며 마을주민들은 정을 나눈다

결속력 다지는 마을주민들

마을 어른들은 옛날이야기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면 "별거 없어, 시골 작은 마을에 있을 법한 전설 두엇을 빼면 남아있는 대단한 기록도, 이야기도 없는 마을"이라며 손사레를 친다.

그런데 그 별거 없음을 별 것 있는 마을로 만드는 일을 마을 사람들이 힘을 모아 이루려고 한다. 쇠락해가는 작은 시골마을이 아닌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부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마을주민들은 마음을 모으고 힘을 더한다. 그 과정 속에서 주민들의 결속은 더 단단히 다져질 것이다. 사물놀이 장단과 더불어 귀래의 작은 마을 운남1리에 울려 퍼질 휘모리장단이 기대된다.  장시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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