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거돈사지에 보물 78호로 지정된 '원주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는 1025년(고려 현종 16년)에 세워졌고, 해동공자(海東孔子) 최충(崔?)이 지은 비문에는 태교(胎敎)와 관련된 글이 새겨져 있다.

'해산할 때까지 불전에 열심히 기도하였을 뿐 아니라 오신채(五辛菜)와 고기는 일체 먹지 않으면서 태교(胎敎)를 하였으며, 산기(産期)가 되어 탄생하였으니 그 자태(姿態)는 기의(岐?)함을 들어냈고 성품 또한 영특함을 타고났다.'

영특한 아이 출산을 위해 '오신채(五辛菜)'를 금했음을 알 수 있는데 오신채는 독특한 향미 달래, 동양의 향신료 파, 전 세계인의 항암식품 마늘, 피로와 권태를 물리치는 부추, 토종 약초 무릇으로 냄새와 자극성이 강한 다섯 가지 채소를 말하며, 오훈채라고도 부른다.

불교경전 <수능엄경(首楊嚴經)>에는 "중생들이 깨달음을 구하려면 세간의 다섯 가지 신채를 끊어야 하느니, 이 오신채를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생겨나고, 날 것으로 먹으면 분노의 마음이 커지게 된다."고 하여 수행에 방해되는 채소로 절에서는 먹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식단을 쫓는 현대인들에게는 원기와 정력을 돕는 고마운 채소로, 새해에는 한해의 시작을 축하하면서 오장(五臟)의 기운을 돋우기 위해 먹던 풍습도 있었다. 다이어트에도 이롭고 스트레스도 풀어주는 채소가 천 여 년 전에는 총명하고 영특한 자녀를 낳기 위한 태교금기 채소였음을 알 수 있다.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