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가 끝난 섬강변의 황량한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둑 넘어서 들려오는 중장비들의 굉음과 작업자들의 심호흡 속도전은 눈 덮힌 강추위를 녹이고도 남을 듯한 역사(役事)의 기세다. 이른 아침 물안개가 피어나는 경외스러운 아름다움을 강둑에 서서 바라보면서 마치 구약성경에서 장차 다가올 대홍수를 대비하여 방주(方舟)를 만들라고 의인 노아에게 지시하는 장면을 연상해 보았다.

몇 해전부터 여름철 폭우로 인해 강물이 불어날 때면 제방둑의 안전을 염려하던 주민들이 많았던 터에 확충되어지는 광폭의 제방둑 높이에 감사하고 든든한 마음 지울 수 없다. 더불어 기왕이면 좀 더 미래지향적으로 천천히, 빨리(?) 공사를 해 주시기를 바라는 미련과 아쉬움이 있는 것은 무엇일까? 공사 참여적인 부분이 아닌 공사이후 업그레이드 될 무형적인 지역의 이미지 차원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공사 진척율이 반을 넘기고 있지만 향후 지역발전의 레버리지(Leverage,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는 요소의 반영은 간과되고 있고, 시행 주체가 국가기관이라는 핑계아닌 핑계로 지역민 그리고 원주시 공무원들 조차도 강 건너 불 구경 식이다.

그럼 시행자인 국가는 누구의 국가인지 묻고 싶다. 최소한 내륙도시인 우리 원주시에 있어서 서부 지역의 최대 가치는 섬강이라는 자연 환경일 것이다. 때문에 공·사적인 자리에서 세계적 도시개발의 주요 트랜드 중의 하나인 워터프론트(Waterfront, 강변) 개발을 여러 차례 제안한 바 있다. 역사적으로 봐도 원주가 융성했을 때 서부 섬강의 물길과 뱃길이 그 통로 역할을 해 왔음을 알 수 있지 않은가? 향후에도 원주시 산업과 문화의 비전은 섬강에서 길어오게 될 것이라고 확신해 본다.

강원 조곡의 집산지였던 부론의 흥원창, 한양으로 향하는 육로의 인터체인지(驛馬, 나들목)였던 안창, 대한민국이라는 명칭의 코리아(高麗)를 탄생시키는데 결정적 진원지였던 문막벌과 섬강에서의 왕건과 견훤의 전투사, 강원 제2의 곡창지대의 명성을 이어와 토토미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문막뜰을 비롯한 섬강지역, 물막이에서 차음(借音)하여 일제가 문막으로 개명한 부끄러운 역사 등 원주지역의 과거 중요한 산업과 문화는 섬강을 빼놓고는 설명이 불가능하지 아니한가? 진정 역사와 문화가 복원되는 4대강 사업의 일환이라면 아직 시행자의 말과 실행에서 그 모습을 확신하기에는 부족하다.

그럼 지금이라도 이 사업에서 보완해 주시기를 소망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는 온전한 자전거길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온전한 친수공간으로서의 자전거길과 쉼터의 요체는 연계성 확보라고 생각한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접근성과 연계성이 부족해 사람이 찾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아마 4대강 사업을 선창하신 대통령님의 참뜻도 이런 것은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강바닥에 뚜꺼비 집과 방부목 산책길을 만들겠다는 예산을 둑방 사이의 교량건축에 사용하면 연계성이 크게 확보돼 부론 흥원창과 호저 원주천 사이 약 30Km를 한달음에 오갈 수 있다는 주민들의 아름다운 상상을 한번 상상이나 해 보았는가? 두꺼비집은 두꺼비가 지어야지 왜 인간이 만드려 하는가? 그것이 가당한 일인가? 다만 강다운 강으로 복원하면 되지 아니한가?

둘째는 제방둑에 나무를 심자는 것이다. 제방안전에 대한 지금까지의 변명 근거는 하천법 제33조에 근거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제방붕괴의 원인을 제공한다고 나무를 못 심게 한 사악한 일제의 잔재를 아직까지 근거없이 맹종하는 사례다. 일제시대 이전 우리의 전통은 제방수를 심어 온 것을 옛 문헌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국가하천인 만경강에 제방수 식재후 감사원 등 국가기관과 투쟁하여 진실을 쟁취해낸 완주군의 용기는 진정한 지방자치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연구기관의 결과는 '수목 식재로 인한 제방의 안전에 대한 정립된 이론은 없다'로 나온 바 있다. 튼튼해진 섬강 제방둑에 지역의 토종 대표 교목(喬木)을 선정하여 식재한다면 향후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섬강이 주는 넉넉함, 쾌적함, 역사성과 더불어 지역 내외부 사람이 즐겨 찾는 명소 자전거길로 다시 태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대한민국 강원도 원주시의 워터프론트(Waterfront, 강변) 개발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굿 본 김에 떡만 먹지 말고 우리 스스로의 굿판도 만들 수 있는 자신감은 아직 우리 원주시에는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