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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사랑벽화모임(거미들)-"작품이 아닌 감동을 그립니다"
잿빛 벽에 활력 불어넣는 아마추어 거리 미술가 ·
2010년 11월 01일 (월)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원주사랑벽화모임-거미들

거리의 미술사들(거미들)이 지역 곳곳 썰렁했던 벽에 이야기를 그려 놓았다. 지난달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 동안 이들의 손길로 이야기가 만들어진 벽은 태장동에서 강변도로로 진입하면서 오른쪽에 있는 200m정도의 담장이다. 기다란 담장에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바구니 자전거로 화사한 봄 길을 달리는 소녀와 머플러를 휘날리며 겨울 속으로 페달을 밟는 멋쟁이 아가씨, 또 온 가족이 함께 자전거 하이킹을 떠나는 그림에선 단란한 가정의 행복한 한 때가 그대로 드러난다.
   
 

벽화모임 거미들(운영자: 신혜숙)은 포털 다음 원주사랑카페회원들로 구성됐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있던 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소 모임을 만들기로 마음먹고, 이왕이면 그림을 그리면서 동시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벽화를 생각해 낸 것. 프로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예술성이나 작품성 보다는 벽과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애썼다. 어두컴컴했던 골목 벽에 그림을 그려 넣자 마음까지 밝아지게 했던 골목 작품이나 어린이들이 날듯이 좋아했던 아동센터 그림, 관설초등학교에 그린 꿈의 계단 등 대부분의 작품에는 감동이 있다. 날개를 펼친 나비와 함께 사진을 찍으면 날개를 단 나비가 되고, 꿈의 계단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려 사진을 찍기도 한다. 그림마다 사진 한 장 찍고 싶은 포토존이 탄생한 것.

작품을 의뢰하는 측도 위탁·복지 시설과 같은 곳이 대부분으로 많은 비용을 투자할 수 없는 형편이다. 단지 공동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화사한 환경을 제공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거미들 문을 두드린다. 눈만 뜨면 바라보는 벽면에 그려 놓은 그림이 이들의 정서에 조금이라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면 거미들은 더 바랄게 없다. 그래서 벽화를 도안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이 '이야기'이다. 그림을 보는 이가 단지 예쁜 그림을 감상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림 속의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며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 2008년 11월 원주아동센터를 시작으로 복지시설과 여러 아동센터, 건물과 건물 사이 벽면, 문막읍 취병리 진밭마을 등 20여 곳에 그림을 그렸고,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엔 70여 가정이 참가해 따뚜경기장에서 아빠와 엄마, 자녀가 함께 그림그리기 행사를 갖고 이날 탄생한 작품은 시민문화센터에서 전시해 호응을 얻기도 했다. 벽화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서는 하기 힘든 '협동 작업'이다. 그래서 가족이 작업을 하면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강한 장점이 있다.

그림에 사용하는 아크릴 물감이나 붓 같은 재료가 소비성 이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회원들이 내는 회비와 그림을 의뢰한 측에서 가끔은 성의라도 표하고 싶다며 내 놓은 후원금을 비용으로 사용한다. 전반적인 살림을 맡아서 하고 있는 신혜숙 운영자는 "미안하다며 극구 점심식사를 대접해 주는 곳이 있을 땐 점심값을 비축하고, 작업을 하면서 서로 친해지기 때문에 굳이 2차 모임을 따로 하지 않는다"며 "남는 물감도 빈 통에 알뜰하게 모아 놓았다가 재사용 하다 보니 지금까지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조금 힘든 것은 많은 인력이 필요할 때 손이 모자라는 것. 원칙적으로 카페에 모임장소와 일시를 공지하면 그 날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댓글로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당일 피치 못할 일이 생기면 현장에 나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때로 그 공백이 클 땐 몇 명 안 되는 회원들이 고생 아닌 고생을 한다. 하지만 대가를 바라거나 이익을 보려고 하는 일이 아니기에 거미들은 더 즐겁게 만나 작업을 한다. 평소엔 생업에 충실하고 한 달에 한 번 쉬는 날을 이용해 좋아하는 그림을 필요한 곳에 그리는 것은 이들에게 큰 기쁨이다.

신혜숙 운영자는 "처음엔 아마추어인 우리에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벽을 내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웠다"며 "꾸준히 하다 보니 실력도 제법 늘어 붓 잡는 것조차 겁내던 회원이 이젠 혼자서 작은 벽 하나쯤은 맡아서 그릴 정도의 실력이 됐다"고 흐믓해 한다.   임춘희 기자hee@wonjutoday.co.kr

 
   
▲ 최근 거미들의 손길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한 태장동 강변도로 진입로 담장.

 ▷거미들 회원(무순): 홍명순(단구동·숲해설가), 송영재(우산동·요식업), 김흥재(홍천청소년진흥센터 근무), 지덕희(태장동·직장인), 이연희(법무사사무실 근무), 박영희(태장동·방과후학교 교사), 이현정(단구동·삐삐컨츄리 공방운영), 조명숙(단구동·원주의료원 간호사), 김경미(관설동·부동산), 김미현(보험설계사), 장호철(원동·성지병원 근무), 정영남(영어학원), 김은경(문막읍·보험설계사), 박분연(명륜동·직장인), 신혜숙(단계동·부동산), 김종률(단계동·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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