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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하는 버스기사 이용구 씨
"인사 시작한 뒤 여유가 생겼어요"
2010년 09월 20일 (월) 임춘희 기자 hee@wonju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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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안녕히 가세요"
   
 
 

평범한 인사지만 왠지 귀가 쫑긋 선다. 원주에서 시내버스를 이동수단으로 삼는 시민이라면 5번이나 5-1번 버스를 탔을 때 이런 인사를 받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며칠 전 중앙로에서 단계동으로 가기 위해 우연히 올라탄 버스가 5-1번이었다. 승차카드를 체크한 뒤 좌석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인사하는 버스기사 목소리 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중간 쯤에 있는 좌석에 앉아 유심히 버스 기사를 관찰했다.

버스 기사는 승강장에서 타고 내리는 손님들을 향해 일일이 인사를 하고, 미처 자리를 잡지 못한 승객에겐 "버스가 출발하니 손잡이를 꼭 붙잡으세요"라며 혹여 넘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내도 잊지 않는다. 그제야 예전에도 몇 번 이런 경험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고, 그 모두가 한 사람의 목소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지속적으로 이렇게 인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일텐데 '대단한 분'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이용구(45) 기사는 동신운수에 5년째 몸담고 있다. 5년 전 처음 시내버스 운전을 시작 했을 때는 승객과 실랑이도 벌이고 크고 작은 마찰을 빚으면서 회의에 빠지기도 했었다. 그로 인해 고비를 맞았지만 이 기사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래서 인사를 시작 했는데 놀랍게도 그 때부터 조금씩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고 한다. 이 기사는 "운전자들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욕설이나 불만이 언제부턴가 입에서 떠났다"며 "그러다보니 승객과의 마찰도 없어졌다"고 한다.

사실 이 기사가 운전습관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 배경은 17년 전 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개그맨이었던 주병진이 1993년 '주병진쇼'를 진행했었다. 그 시절 인기절정 프로였던 주병진쇼를 이 기사도 즐겨 봤었는데, 어느 날 주병진은 추월하는 차, 느린 속도로 가는 차, 여성운전자 등을 보면서 모든 상황을 불평불만으로 표출하고 있는 운전자를 패러디해 보여줬다. 재밌게 웃으면서 시청하긴 했지만 그 모습에서 자신이 운전대를 잡았을 때의 모습을 보게 됐고, 자신이 그와 같은 운전자였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생각됐다. 그 때부터 좋지 않은 운전습관을 고치기 위해 노력했다. 그땐 자신이 시내버스를 운전하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었지만 5년 전 시내버스를 운전하게 되면서 그 때 일을 상기했던 것이다.

이 기사가 5년을 하루 같이 오르내리는 승객들에 인사를 하다 보니 '친절한 시내버스 기사'로 소문이 났다. 처음엔 인사를 건네면 어색해 하고 오히려 불편한 내색을 보이던 승객들. 답례는 받을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차에 오르며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부터 사탕 몇 개를 건네는 할머니, 버스를 세워놓고 음료수를 사 주고 가는 아주머니, 심지어 앞서 오는 버스 보내고 기다렸다가 타는 승객도 있다. 또 친절한 기사 상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며 운수회사에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기사는 본인을 대하는 승객들의 태도가 좋아졌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정주현(30) 씨는 "기사님이 인사를 하니까 나도 모르게 차에서 내리면서 '수고하세요'라고 인사를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한 때는 군인이었고, 한 동안은 화물차를 운전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었다는 이 기사는 "차에 오르는 사람이 어머니 친구일수도 있고, 딸을 가르치는 선생님일 수도, 또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다시 만나 인연을 만들게 될 사람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 분 한 분이 모두 소중하다"며 "큰 욕심 없이 마음의 여유를 갖고 이 일을 열심히 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원주시 홈페이지에는 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이나 버스 기사 불친절 사례가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지나치게 불친절한 기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승객들도 기사 입장을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기사들은 길이 심하게 막혀 시간에 쫓기다 보면 종점에 도착해서 화장실 볼일도 볼 새 없이 바로 출발할 때도 많다. 그러다 보니 식사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인터뷰를 하면서 그런 기사들의 고충을 조금은 이해하게 됐고, 이용구 기사의 이런 친절이 원주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하는 모든 기사들, 그리고 승객들에까지 빠른 속도로 전염됐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임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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