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시 합격 소식에 19살 야학선생님 품에서 펑펑 울었죠. 지금은 그 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야학은 진정한 학교의 전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산동 새옴야학에서 10년 넘게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정동화 씨는 야학이야말로 학교의 참된 모습이라고 말한다. 교사들도 아무런 대가 없이 학생들을 위해 봉사하고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해서 배움의 전당으로 모여들기 때문.

"저희 때만 해도 학교 교육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일이었어요. 제 부모님께서도 경제적 형편상 아들에게는 어떻게든 교육을 시켰지만 딸까지 뒷바라지 할 여유는 안됐거든요" 그래서 그녀 눈에 들어오는 학생들은 모두가 하나하나 귀한 존재들로 여겨진다. 가끔씩 길에서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면 학생들의 장래를 위해 훈계를 하거나 따뜻하게 타이르는 것도 그녀의 몫이 됐다.

"검정고시 시험장에 가면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가끔씩 봅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들이 가진 것들이 너무나도 소중한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들에게 가서 조용히 훈계하곤 합니다"

정 씨의 이런 모습은 지난 시절 자신이 배우지 못한 서러움의 표현 같다. 학교 공부를 무척 하고 싶었는데 안 되다 보니 마음 한 구석에 한이 되어 버렸다. 두 아들이 대학교 들어갈 때 쯤 그것이 허무함으로 다가와 중년에 공부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아이들을 서울 학교에 보내고 나니 허무함이 밀려오더군요. 그렇게 삶의 고민에 빠져있을 때 한 지인이 저에게 야학 전단지를 내밀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배움의 시작. 지금은 없어졌지만 원주YWCA에서 운영했던 성지야학에 다니다가 자리를 옮겨 지금의 새옴야학과 인연을 맺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을 단 2년 만에 뗀 놀라운 성적도 배움에 대한 열정이 아니었을까.

"고등검정고시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19살 야학선생님 품에서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에도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해 배움의 끈을 이어 갔다. 그러던 중 새옴야학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와 국어과목을 맡게 돼 야학선생님의 길을 걷게 됐다. 올해로 10년째 교단에 서고 있다.

"처음부터 국어과목과는 죽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녀는 국어란 과목이 작가들의 인생이야기를 작품들로 승화시킨 것이 많기 때문에 지난날 자신의 인생역정과 맞물려 쉽게 감흥에 젖는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풍부한 감성으로 학생들을 세세하게 지도하면 학생들도 선생님의 수업방식에 저절로 따라온다고.

명문대학교를 나와 자격이 출중한 선생님들도 분명 필요하지만 자신은 감성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 학생들과 신뢰를 쌓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한다.

"야학교사가 된지 7년 때쯤인가 슬럼프가 오더군요. 그래서 야학을 중도에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쯤 후엔가 학생들에게서 전화가 온 거예요. 선생님 돌아오시라고, 그 순간 마음을 다잡고 다시 교편을 잡게 되었지요" 사제간의 정이 단순히 학생과 교사라는 단순한 직업적 관계가 아니라 스승과 제자가 가지는 마음과 마음의 교류에서 빚어지니 공부뿐만 아니라 올바른 사회 가치관도 심어진다고 그녀는 이야기 한다.

야학교사 말고도 굿네이버스에 소속되어 아이들에게 인형극으로 성교육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자신이 소속된 60대 할머니들 문화동아리 '은나래'가 오는 한지문화제에서 공연을 맡게 돼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계획과 꿈을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노인들이 외롭고 쓸쓸하게 인생을 마무리하기 보다는 왕성하고 행복하게 삶을 보낼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고 말한다.

올해 63세인 그녀가 20대 청춘보다도 더 아름답고 젊어 보였던 것은 이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가족은 출가한 아들 이광표(41), 인표(39) 씨와 손주 3명이 있다.

최다니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