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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리문학공원 고창영 소장
외면받던 공간 '문학의 산실'로 변신시킨 주인공
2010년 08월 23일 (월) 이혜원 객원기자 wonjutoday@hanmail.net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 담임선생님이셨던 김성수 선생님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면서 복도를 정신없이 뛰어와 교실에서 시를 읽어주셨죠."

문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었냐는 질문에 고창영(42) 박경리문학공원 소장은 툭하니 그 시절 이야기를 풀어 놨다. 상기된 얼굴로 제자들에게 시를 읽어주던 선생님의 모습과 따스했던 문구는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에게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글이라는 것이 또 한번 각인되는 사건이 있었다. 유난히 빚지기를 싫어했던 아버지 눈을 피해 어머니가 할부로 구입한 책. 방 한구석에 몰래 숨겨두고 조금조금씩 읽었던 책은 아직도 기억 저 너머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계몽사에서 나온 60권짜리 책이었는데, 할부가 끝나야지 그 책들은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볼수 있었어요. 아버지가 퇴근하시기 전까지 읽던 책맛은 수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짜릿함으로 남아있습니다."

박경리문학공원의 공식 휴관일은 1월 1일과 설날, 추석 단 3일이다. 공원에 소속된 직원들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 가운데 이틀을 지정해서 휴일로 사용하고 있지만 공원내에서 단 한사람 고 소장만은 거의 휴일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휴무일에도 급작스럽게 오는 손님이나 각종 업무로 인해 자리 비우기가 쉽지 않다. 2005년 공원에 첫발을 내딛은 뒤 쉼없이 달려왔으면 지칠법도 하지만 누워서 눈을 감고 있어도 공원생각이 나고 다른곳에 있어도 공원생각이 나서 저절로 발길이 공원으로 향한다고 한다.

고 소장은 박경리문학공원에 지역문인 관리자 선발 방침이 세워진 2005년 채용됐다. "처음 공원에 오고나서 한 일은 맨발로 화장실에 들어가 물청소를 한 것이었어요. 여성인 내가 맨발로 다닐 정도로 깨끗하게 만들고 싶었죠. 그리고 공원의 썰렁함을 채우기 위해 꽃과 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넉넉하지 못한 예산탓에 꽃을 주겠다는 곳이 있으면 언제 어디든지 달려갔고 이듬해에는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거름을 구해 공원의 푸르름을 유지시켰다. 이런 노력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울창한 녹지가 만들어졌다. 어느순간부터 박경리문학공원은 시민들이 애용하는 휴식처가 되었고 유치원 어린이들의 나들이 장소로, 때론 학교 졸업사진을 찍는 곳으로까지 사랑받고 있다.

공원이 이만큼 자리잡기 까지는 고 소장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추진력이 큰 몫을 차지했다. 항상 웃는 얼굴로 공원을 찾는 손님들을 대했고, 일반 시민은 물론 주변사람들에게도 공원을 어떻게 하면 알리고 홍보할 수 있을지에만 몰두하는 골수(?) 공원지기가 되어 버렸다.

이런 노력덕분인지 공원이 생기를 찾아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소설토지학교, 어린이토지학교, 토지인물에게 편지쓰기 대회 등 문학 프로그램을 개최해 '토지의 산실'을 원주로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욱 힘을 쏟았다.

공원을 조금씩 바꿔 놓으면서 원래 주인인 박경리 선생의 마음을 풀기 위한 묘안을 생각했다. "예전 모습을 잃은 옛집에 발걸음을 끊으셨지만 선생님 글에는 단구동 집에 대한 그리움이나 애정이 철철 넘쳤어요. 옛집을 다시 찾으시게끔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어느날 옛집 마당에서 수확한 열무를 가져다 드렸지요."

이때 드린 열무는 선생의 마음을 되돌리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토지문화관에서 열린 행사때 박경리 선생은 고 소장이 가져 온 열무로 직접 김치를 담궈 지인들에게 나눠주며 단구동 옛집에서 재배한 것이라는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고 한다.

박경리 선생이 옛집에 대한 노여움을 차츰 풀어갈때쯤 시화전을 개최했다. 공원에서 자신의 시화전을 연다는 소식이 궁금했던 팔순의 대문호는 다시는 발걸음을 하지 않겠다던 옛집을 몇해만에 찾았다.

고 소장은 상대방을 편하게 해주는 따스함을 지니고 있다. 안된다고 하면 물러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과 마음을 헤아려 흔쾌히 'OK'를 받아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원주MBC 작가시절에는 100분토론을 맡아 지역의 첨예한 대립문제 당사자들을 방송국으로 불러들일 만큼 섭외 실력도 뛰어났다.

푸근한 인상의 공원 안주인. 공원에 가면 항상 밝은 얼굴의 웃는 그녀를 만날 수 있기에 우리는 더 공원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다 소설과 연관이 깊은 8월 15일, 소설 토지의 날을 생각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는 그녀에게서 눈이 반짝거리는 해맑은 소녀의 웃음을 찾아 볼 수 있다. 가족은 김진성(45) 씨와 2남.

이혜원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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