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업면 대안리 승안동'약사암(藥師庵)' 터로 추정되는 흥업면 대안리 석탑 재들을 찾아 나선 것은 지난 일요일! 막내아들과 함께 대안리 승안동 명봉산 동쪽 산자락을 따라 오르기를 10여분! 예전의 묵은 밭 터에는 새로운 집이 두 채 지어져 있고 사람이 안 사는지 봄 햇살속의 명본산 산자락만큼 조용했다.

집 뒤를 돌아 옛 기억을 더듬으며 사람이 다니지 않은 듯 우거진 숲길을 따라 10여분 더 오르자 8년 전 그 절터가 눈 앞에 나타났다. 가슴 벅차던  그때의 기억이 새롭게 떠올랐다.

8년 전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 1916년 편찬) 전7권중 통일신라시대 유물편(제2권)에 '약사암이 원주군 금물산면(지금의 대안리일대)에 위치했다'는 기록 사진 하나를 들고 연구소(平原文化硏究所)원들과 함께 이 절터를 찾아보기로 결정하고 길을 나섰다. 

	▲ 기단부의 면석-팔부신중이 새겨진 부분.

지역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의 귀동냥을 해 가면서 조선고적도보의 사진 속 석탑재가 있을 법한 절터를 찾았다. 명봉산 정상으로부터 승안동 마을 방향으로 길게 뻗은 여러 개의 골짜기를 도시락 싸들고 오르내리다 날이 저물기를 무려 5차례!  매번 헛탕을 치고  마지막 날! 지친 몸으로 이날도 '못 찾겠구나.' 하면서 실망속에 골짜기를 내려오다 이 절터를 사이에 두고 흐르는 계곡물 건너편 오솔길에서 쉬기도 할 겸 소변을 보다 문득 앞쪽에 수북한 가시덩굴 속의 이끼낀 석축이 어렴풋이 우리 눈에 확 들어왔다.

이렇게 우리 연구소원들과 마주친 이 석탑 재들! 자료와 사진을 대조해 가면서 놀라움과 감격이 밀려왔다. 분명 통일신라시대 말기 석탑의 유형중에 하나인 팔부신중(八部神衆)이 도드라지게 새겨진 석탑, 일부이긴 하지만 탑재들이 보물급 문화재일거라는 믿음이 왔다.

	▲ 조선고적도보에 있는 원주 금물산면 약사암터 석탑 재. 몇 년 전에 사라진 것으로 보임.

좀 더 주변을 살펴 흩어진 석탑 재를 수습하고, 탁본을 하고 사진을 찍어 우리나라 석탑분야 전문가인 단국대학교 정영호 교수님을 만나 진위여부를 확인했다. 분명 통일신라시대 후기(9세기) 시대의 석탑이었다.

 사진 한 장 달랑 들고 다섯번을 오르 내린 끝에 깊은 산골짜기 속에 묻혀있는 1천여 전의 문화재를 만났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았던 8년 전! 그 현장을…이제 다시 찾아 온 것이다.

겨울을 보낸 갈대와 잡목들로 둘러싸여 눈에 잘 띄지 않는것도 예전의 모습 그대로 였고, 석탑 재들도 그 자리에 그대로 놓여있었다. 반가움에 이리저리 둘러보고 만져보았다. 몇 개의 석탑 재는 땅에서 돌출되어 있었고 절터 주변이 예전의 모습에서 조금 변해 있었다. 그 뒤로 원주시에서 이 절터에 대해 지표조사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발생된 것들이었지만 주변이 크게 변한 것은 아니었다. 사방을 들러보면 온통 절이었다는 원주! 그 많던 불교문화유산이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나마 일부는 제자리를 떠나 타지에서 불귀의 객처럼 남아있다.

전통문화 유산을 아끼고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의 몫이다. 원주가 통일 신라이후 오랜 역사동안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였던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으나 그것이 유형의 문화재로 남아 그 동안 찬란했을 역사를 증명하는 데에는 현재 남아있는 유형문화재가 너무 빈약하기만 하다. 그래서 하나라도 아끼고 보존하는 우리 후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저 돌무더기 속에 이끼 낀 옥개석(屋蓋石)! 그 위로 쏟아지는 넉넉한 햇살만큼  8년 전의 감격과 기억이 아픈 하루였다.  

이동진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