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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토지로 보는 우리민족의 독립의지 3
평사리 주민들 횃불을 들다
2010년 03월 08일 (월) 원주투데이 wonjutoday@hanmail.net

'양반님네들, 날장구라도 치야 할 거 아닙니까!
나라 뺏긴 거는 안 부끄럽고 왜놈한테 빌붙는 역적놈
목 베자는 거는 부끄럽다 그 말씸입니까?'

 '머라 캤입니까. 화적떼 겉은 소행이라 말씸하싰습니까? 그라믄 묻겄임다. 서울서 우리 군사가 무기고를 부싰고 왜군하고 쌈질한 거는 멉니까? 그것도 화적떼 겉은 소행입니까? 하기는 왜놈들이 우리 의병들을 폭도로 칸다 캅디다마는.'
 곰보 얼굴이 김훈장 눈앞에 어른거린다. '양반님네들, 날장구라도 치야 할 거 아닙니까! 굿 뒤에 날장구라도 치야 할 것 아닙니까! 체멘하고 염치를 목심보다 중히 여기는 양반님네, 나라 뺏긴 거는 안 부끄럽고 왜놈한테 빌붙는 역적놈 목 베자는 거는 부끄럽다 그 말씸입니까?'
 곰보 얼굴에 경련이 인다. '…(전략) 그러나 지금 양반 상민, 있는 놈 없는 놈, 백성하고 관가, 그런 쌈은 아닌 기라요. 다만 그자를 치자는 거는 딱 두 가지 까닭이 있실 뿐인데, 그 하나는 그자가 시적 왜나막신이라도 끌고 나올 만큼 왜놈들 편에 빌붙어서 자개 영화만 생각는 역적이니께 이 차에 목을 쳐서 뽄뵈기로 삼자는 거요, 다른 하나는 누구 재물이든간에 고방에 썩고 있는 거를 우리 의병이 써야겄다 그겁니다.'
 김훈장은 돌부처같이 움직이지 않는다, 이미 선택은 끝난 뒤다. 화적떼 같은 소행이라고 끝내 노여워하고 반대했던 일은 지금 저질러지고 있다. 그러나 김훈장은 그들과 함께 이곳을 떠날 것이다.
 <토지 1부 4권 제 5편, '평사리 의거', 338~340쪽, 나남출판>


 친일파 조준구를 제거하고 의병 활동의 군자금을 마련하자는 윤보와 봉건적 신분 의식 한계속에서 윤보와 그 무리를 폭도로 몰았던 김 훈장의 갈등은 구국민족운동의 과정에서 나타난 양반과 평민 간의 갈등을 잘 보여 주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윤보와 무리를 폭도라 지칭했지만 김 훈장의 마음은 내실 그들의 당위성을 받아들이고 있었기에, 최 참판댁을 습격한 후 떠나는 윤보 무리에 김 훈장도 동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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